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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동력은 어디서 오는가 [더 나은 경제, SDGs]

입력 : 2024-09-30 10:00:00 수정 : 2024-09-29 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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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외국계 증권회사 CLSA 코리아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로드쇼에서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Yoonitiative’(유니셔티브)라는 표현을 사용해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성에 ‘주도한다’는 의미의 영어 ‘initiative’(이니셔티브)를 붙인 합성어다. 당시 금융정책의 과감한 혁신을 연일 강조하며 강한 의지를 보인 윤 대통령에 대해 국내외 자본시장이 큰 기대를 걸고 찬사를 보낸 표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거래소를 두 차례 직접 찾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1450만명 개인투자자, 그리고 많은 기관투자자의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 역시 지난해 초부터 공매도 제도 개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완화 등을 주도해왔고, 지난 5월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과 해설서 초안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확산을 위한 시동을 걸었었다.

 

핵심 주무기관으로 프로그램 전반을 설계해 온 한국거래소는 장기적인 호흡으로 밸류업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이를 위해 수차례의 간담회와 세미나를 개최했고, 해외에도 밸류업를 알리고 배우겠다는 의미로 IR(설명회)도 열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현재까지의 성과는 다소 초라하다. 27일 기준 밸류업 기업 공시 채널 KIND를 보면 모두 47개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밝혔는데, 이 중 안내 공시를 한 곳은 29곳, 예고를 한 곳은 2곳에 달해 실제로 계획 공시를 한 곳은 16곳에 불과하다.

 

밸류업 선두에서 국내 증시 흥행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 증권사의 참여 역시 매우 저조하다. 현재까지 공시에 나선 주요 증권사는 단 네 곳뿐이다. 연초부터 내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노력이 9개월이 흐른 현시점에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 24일 거래소가 첫선을 보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본격적인 기업가치 제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발표 직후부터 많은 의문과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거래소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종목뿐 아니라, 쏠림을 막기 위해 전체 산업군에서 산업 및 시장 대표성, 지수 내 비중, 최근 실적 및 향후 실적 전망치, 업계 의견 등을 균형 있게 반영해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특정 종목은 ‘답정너(이미 답이 정해진 상태)’로 포함됐고, 기준에 부합될 것 같은 기대 종목은 빠졌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거래소 후속 작업으로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출시를 돕고,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 활용도 독려해 밸류업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지수에 쏟아진 부정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발표 바로 다음날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이 대부분 주가가 하락하면서 취지와 멀어졌다는 평가다.

 

또 지수가 발표되기 전만 하더라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대거 포함돼 주가 부양의 ‘신호탄’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던데 반해, 실제 포함된 종목이 그와 정반대로 고PBR 종목들로 구성되는 바람에 주가 상승 기대감도 다소 약해진 상황이다.

 

거래소는 내년 6월부터는 정기 심사를 거쳐 1년간의 공시와 계획 이행에 대해 평가해 종목 구성을 변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의 냉담한 평가가 이어지자 2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연말이라도 손질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혀온 ‘시장과의 소통 부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거래소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결국 밸류업의 동력은 기업과 투자자 간 방향성, 또 시장의 기대치와 기업의 실질 성장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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