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그럴 아이 아냐” 의혹 제기
경찰, 부검 의뢰…“폭행신고 없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예비 신랑과 말다툼하던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졌다. 유족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5일 부산 해운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 오후 8시18분쯤 해운대구 한 아파트 20층에서 여성 A(28)씨가 추락했다. A씨는 당시 함께 있던 남자친구 B씨(30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들은 내년 3월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유족은 A씨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숨질 리 없다는 입장이다. A씨 아버지는 SBS 궁금한 이야기Y에 “극단적 선택을 할 아이가 아니다”라며 “홈쇼핑, 필라테스 관리자, 파워블로그 등을 하면서 생활력이 강했다”고 했다. A씨의 동생 역시 “열심히 돈 벌고 잘 살고 있는데 무슨 극단 선택이냐. 더군다나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추락하기 전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을 확보, B씨와의 관련 여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 중 발코니 근처에 있던 A씨가 갑자기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말다툼하고 (A씨가) ‘기분이 나쁘니까 친구들하고 놀고 오겠다’고 얘기했다. 싸운 상태에서 나가면 안 풀린다면서 (제가) 팔목을 잡았다”며 “(A씨가) 그거를 뿌리치더니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 하면서 갑자기 베란다로 갔다”고 주장했다. A씨가 창문과 방충망 등을 여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의혹에는 “현관에서 한숨 쉬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A씨가) 그렇게 갔다”며 “(A씨가) 떨어지면서 난간을 하나 왼손으로 잡았다. 그거라도 잡으려고 빨리 갔는데 못 잡았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A씨의 동생은 “크게 싸운 것도 없이 단지 풀고 나가라고 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바로 뛰어내렸다? 아픈 사람도 아니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도 아닌데 뭔가 되게 이상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A씨 지인들 역시 의구심을 드러냈다. A씨의 친구들은 결혼 정보 업체에서 만난 두 사람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경제적 이유로 자주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B씨가 모아놓은 돈이 3000만원이 있었는데 그 돈으로 차를 사겠다고 했다더라. 그것 때문에 티격태격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하루는 A씨가 다친 사진을 보낸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A씨는 “맞았다”면서도 누구한테 맞았는지는 “비밀”이라고 했다고 한다.
경찰 현장 감식 결과 B씨가 A씨에게 물리력을 가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에 폭행 등으로 인한 경찰 신고는 접수된 바가 없다. 타살 혐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며 “다툼이 있었다면 통상적으로 남성의 몸에 긁힌 자국이 남아있거나 여성의 손톱 밑에 피부 조직 같은 것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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