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시 한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곤두세워진다.
4일 세종연구소는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전망과 대응’(이성원, 피터워드 연구위원) 보고서를 통해 “남은 대선 기간 트럼프 지지층 결집과 ‘샤이 트럼프’ 및 부동층 유입이 이어진다면 그의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출현은 동아시아에 다차원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동맹국을 비롯해 중국, 북한에 대한 정책 변화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캠프는 중국을 복합적 위협(comprehensive threat)으로 규정하며 높은 수준의 위협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어, 수출 통제와 높은 관세를 통한 전면적 디커플링 시도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핵심 키워드로 “한정된 자원 속에서 효과적인 국력의 선택적 투사를 통한 국익 실현과 글로벌 영향력 유지”를 꼽으며 “명분에 치중한 국제문제 개입과 전방위적 군사력 투사는 지양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해외 분쟁에 대한 미국의 계속된 개입이 지역적 불안정성을 불식시키지도 못하고 미국 내 안보를 취약하게만 만들었다는 비판적 견해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재집권 시에는 동맹국의 군사·재정적 책임은 강조하면서 동맹 구조를 재검토하거나 아시아에서 영향력 유지를 위한 동맹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정책 방점이 찍힐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 대한 높은 수준의 위협 인식은 유지되는 한편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방식에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트럼프를 둘러싼 잠재적 내각 인사들의 대중국 접근은 ‘강경하고 명확한 안보 태세’를 견지하는 것과 ‘전략적 모호성’ 사이에서 다양한 접근법이 제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 대비’와 ‘자원의 재배치’가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대북정책의 경우 트럼프 1기 때 시도된 변칙적인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이 존재함에 따라 북미 양자 협상에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보고서 역시 이를 언급하며 “전통적 외교 채널을 우회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북미 정상회담 등 파격적인 대북 외교 재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관측했다.
비핵화 정책의 지속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북핵 문제 해결이 교착 상태에 빠진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제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제재 완화 및 군축 협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트럼프 2기의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 트럼프 내각에 포함될 주요 인사 및 의회 외교를 강화하고, 공공외교를 확대하며, 안정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유지하면서 잠재적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외교의 경우 한국의 군사·경제적 기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 내 한국의 투자의 가시성을 높이는 것은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기여 현황, 잠재성을 알릴 수 있는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과 파급력 있는 보고서의 발간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방위비 분담 재협정이 현실화될 상황을 대비해 한국의 국방 및 동맹에 대한 기여를 적극적으로 각인시켜야 한다고 했다. 협상이 상호 이익이 되도록 건설적인 변화를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재정 기여 요구에 저항하는 것보다 한국의 지역 안보 이니셔티브(자주성)에 대한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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