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회장의 적극적 소통 덕분
매년 주총서 사업의 방향 공유
저평가된 코스피가 가야할 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산업분석팀은 지난 7일 ‘밸류업 지수, 우리가 만든다면?’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보고서로 증권가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4일 100개 종목(코스피 67개·코스닥 33개)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는데, 신영증권은 “밸류업의 정신과 근간을 존중하되 추가로 고려됐으면 하는 점을 고민했다”고 보고서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100개 종목 중 55개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 결과 24개는 밸류업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 활용을 얼마나 고민하는지, 나아가 미래 영업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한편 지배구조와 중장기 전략까지 고려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본질은 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한 기업의 노력과 적극적인 소통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주가자산순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요건을 미충족하더라도 관심 있게 봐야 할 건 개선 가능성과 기업의 의지”라며 “주주와 꾸준하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기업이라면 실적 턴어라운드 가치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밖에’ 요구할 것이 없는 상황은 밸류업에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다른 관점에서 우수 기업을 발굴했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에 △시가총액 상위 400위 내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닐 것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PBR(주가/당기순자산)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등 4개 요건을 충족한 상장사 중 산업군별 ROE(당기순이익/자본총액) 순위가 우수한 기업을 편입했다. 이미 자본 효율성(ROE)이 높고 고배당주는 아니더라도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기업 위주로 담은 셈이다. 밸류업에 소극적이라고 평가받는 국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기업의 밸류업 참여는 여전히 소극적인 편이라 아쉽다. 밸류업 지수 발표 후 지난 7일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안내 공시 제외)를 마친 상장사는 2곳에 그쳤다. 이전까지 모두 더해도 14곳으로 공시 대상 2595개의 0.5%에 머물렀다.
기업과 투자자의 참여 유인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신영증권과 같이 다양한 신규 수요를 반영한 후속 밸류업 지수를 신속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장 대대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여력은 없지만, 앞으로 가치 상승 여력이 충분한 저평가주나 중소형주를 발굴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터다. 아울러 PBR과 ROE를 높이는 주주환원 정책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 정성적인 평가를 담은 신개념 지수의 등장도 기대해 본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률 제고 등은 단기적으로 PBR과 ROE를 높이는 지름길이긴 하다. 다만 도를 넘으면 기업의 투자 재원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PBR과 ROE를 깎아 기업가치를 낮출 수도 있다. 따라서 후속 밸류업 지수에선 주주환원 여부뿐만 아니라 그 수준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이행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수고도 필요해 보인다.
주주환원에 따른 즉각적인 주가 부양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성장성이 낮은 기업에 투자금이 집중될 우려도 있다.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투자를 우선시해 기업가치를 올려야 한다.
투자자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1968부터 57년간 배당 한번 안 했으나 연평균 29.2%에 달하는 경이적 주가 상승률 등에 힘입어 충성도 높은 주주를 자랑한다. 순이익의 100%를 내부 유보하고 재투자한 덕분에 버크셔 시총은 지난 8월28일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버핏 회장은 해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성대하게 여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 직접 나와 주주와의 소통을 즐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적이 떨어진 해에도 주총을 통해 어떤 판단을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밝혀 주주와의 신뢰를 쌓아 왔다.
일시적인 자본 조정을 통한 형식적인 주주환원 없이도 주주와의 진솔한 소통으로 기업가치를 넓혀온 버핏 회장의 지혜를 다시 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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