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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지금도 ‘정말 맛있는 치킨이 찾아왔어요~’…페리카나 사진전 가보니

입력 : 2024-11-04 14:50:50 수정 : 2024-11-04 14: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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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카나 치킨, 오는 10일까지 ‘페리티지 타임리스’ 전시
1980년대~2020년대 테마별 공간 구성…흑백과 컬러로 당시 재현 눈길
김대중·노무현 연설비서관 출신 강원국 작가 ‘치킨=기분 좋은 기억’ 언급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전시 스튜디오 ‘한남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페리카나 치킨의 ‘페리티지 타임리스’ 전시에서 최양락의 모델 시절 페리카나 치킨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순천향대 서울병원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으면 1980년대 고위층 인물이 살았을 것 같은 2층 주택 한 채가 골목 사이에서 눈에 띈다. 돌계단과 잔디가 깔린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겉에서 본 것과 달리 전시공간이 펼쳐지는 이곳은 ‘한남하우스’라는 전시 스튜디오다. 현관 옆 비석에 새겨진 주택의 준공연도는 1979년이다.

 

1982년 설립해 한국경제 발자취와 함께한 국내 식품전문 기업 ‘페리카나 치킨’의 ‘페리티지 타임리스’ 전시가 지난 1일부터 이곳에서 진행 중이다. ‘페리티지’는 페리카나와 유산 등의 뜻이 있는 ‘헤리티지(heritage)’ 합성어다. 40여년 치킨과 함께한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인데,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총 4개 테마로 나눠 시대상 담은 사진 70여종을 선보이고 있다.

 

1980년대 경제성장부터 2000년대 밀레니엄 시대 그리고 팬데믹 시대까지 각 시대별 트렌드와 사회상을 반영하는데 중점을 뒀다. 다양한 전시물로 관람객들이 추억을 떠올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전시된 모든 사진에는 치킨이 빠지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희망의 출발, 1990년대 빛과 그림자, 2000년대 다이나믹 코리아, 2020년대 뉴 노멀을 시대별 키워드로 설정했다. 각 시대에 맞춰 모델, 소품, 배경 등 현실감 있는 복각과 재현으로 치킨이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전시 스튜디오 ‘한남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페리카나 치킨의 ‘페리티지 타임리스’ 전시에서 치킨과 함께한 과거 가정 풍경을 재현하는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이제는 ‘국민 간식’이라 불리지만 과거에는 부모님 월급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특식’에 가까웠다. 치킨을 놓고 둘러앉은 가족들 사진이 많았는데, 한 사진에서는 치킨 옮겨 담은 접시를 부엌에서 내오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통닭이 담긴 흰 봉지를 들고 뒷짐 진 채 퇴근하는 남성 뒷모습에서는 가족과 행복을 나누고픈 아버지 마음이 묻어나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도 했다.

 

2000년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2002 한일월드컵’ 치맥 파티 사진도 눈길을 끈다. 이 사진은 실제 매장에서 페리카나 업주 협조로 촬영한 컨셉사진인데, 2002년의 뜨거웠던 여름날을 똑같이 재현해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 외에 업주들 이야기를 영상으로 틀어놓는 공간과 개그맨 최양락이 등장하는 과거 TV광고를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다양한 재미를 더했다. 광고에서는 ‘페리카나 치킨이 찾아왔어요~’라는 노래가 나왔고, 업주 인터뷰 영상에서는 ‘대를 이어 페리카나 치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례도 등장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전시 스튜디오 ‘한남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페리카나 치킨의 ‘페리티지 타임리스’ 전시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치맥 파티를 재현한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를 총괄한 콘텐츠 베이커리의 문웅주 이사는 “페리카나 치킨을 사랑해주신 분들과 어떻게 하면 과거의 시간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일상에서의 순간마다 치킨은 늘 우리 곁에 같이 있었던 음식이고, 이제는 하나의 ‘소울푸드(soul food)’가 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점주 중에도 길게는 3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하는 분이 계시다”며 “‘매장 운영하며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결혼도 시켰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전시 스튜디오 ‘한남하우스’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출신인 강원국 작가가 자신이 기고한 글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시에는 연령·세대별 대표 작가 다섯 명이 저마다 치킨에 관한 추억과 이야기 담은 글을 기고했는데, 그 중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연설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있었던 강원국 작가를 현장에서 만났다.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면 연설비서관은 연설문 등 대통령의 ‘글’을 총괄하는데, 강 작가는 연설비서관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며 스스로를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라고 소개했다. 대우그룹 출신인 강 작가는 김우중 회장 시절 김 회장 글을 담당했고, 김 전 대통령과는 3년 그리고 노 전 대통령과는 5년간 연설비서관으로 함께 있었다.

 

강 작가는 “시장 가마솥 기름에 통째로 튀겨서 통닭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월급날 누런 종이에 둘둘 말아 아버지께서 사오신 그 통닭의 냄새가 참 좋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영어로 치킨이라는 말을 들은 게 중학교 때가 처음”이라며 “그때는 ‘영양센터’라는 곳이 있었는데 잘 사는 집에서만 갈 수 있었고, 그 영양센터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은 부자를 의미했다”고 덧붙였다.

 

갓 나온 치킨에 매콤달콤한 양념 바른 ‘양념치킨’이 처음 등장한 1980년대를 경제 부흥의 증명 시기로 강 작가는 기억한다. 그는 “대학교에 처음 갔을 때 양념치킨이 나왔다”며 “1980년대 고도성장기였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잘 살기 시작해 양념치킨은 ‘풍요의 상징’이 됐다"”고 되짚었다. 국민과 가장 친숙한 음식 중 하나가 치킨 아니겠냐며, 그는 “치킨을 먹는 순간은 늘 뭔가 좋은 일이 있다거나 축하해주는 자리여서 기분 나쁜 일보다는 (좋은) 기억들이 항상 떠오른다”고 웃었다.

 

전시 참가를 계기로 강 작가는 지나온 길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치킨과 함께 살아온 평생이었다”며 “단순히 치킨의 과거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내 삶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그래, 그때 그랬지’라는 말을 되뇌었다”고 언급했다. 방문객 연령별로 주목하는 테마 전시가 다르다는 대목에서는 “개인적으로 1980년대 사진을 보며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며 “치킨에 관한 각자의 추억을 되짚는다는 점에서 사진전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전시 스튜디오 ‘한남하우스’에서 페리카나 치킨의 ‘페리티지 타임리스’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페리카나 치킨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하루 평균 100명 내외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며 “치킨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 없이 매일 정오~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키링과 레트로컵, 그립톡, 엽서 등 다양한 상품도 랜덤으로 증정한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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