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해법 추가로 논의하자고 제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언제 통화하느냐에 국제사회 시선이 집중됐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푸틴 대통령과 전화로 대화를 나눴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는 언론 기사가 나와 주목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당선 확정 직후인 지난 7일 푸틴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유럽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푸틴에게 ‘확전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해결책을 찾기 위한 추가 논의도 제안했다.
WP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내용을 놓고서 트럼프 측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당선 확정 후 젤렌스키와도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과 수단을 동원할 것인지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했다. 지금도 트럼프의 평화 구상이 과연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트럼프가 푸틴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점 등을 토대로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선 패배로 야당 신세가 된 민주당은 바로 이 점을 들어 “트럼프의 접근법은 독재자 푸틴에게 아부하고 굴복하는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붓는 중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이던 크름반도를 강제로 병합했다. 이로부터 8년 뒤인 2022년 2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개시해 동부 돈바스 지역 등 그 영토의 상당한 부분을 점령했다. 그간 젤렌스키는 “크름반도를 비롯해 잃어버린 모든 국토를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크름반도는 아예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6월 푸틴은 전쟁 종식 방안을 제시하며 우크라이나가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려는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 2022년 2월 개전 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점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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