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비정규직·여성 등 미교부 응답률↑
“임금체불로 문제 악화…관리감독 강화해야”
서울의 모회사에 근무하던 A씨는 재직 1년 6개월간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 통장에 찍히는 급여 입금 내역을 통해서만 지난달의 급여 수준을 확인할 뿐이었다.
A씨는 “회사에서 임금명세서를 준 적이 없다”면서 “최근 퇴사해 퇴직금을 받았는데 기본급과 식대 정도만 알고 있는 상황이라 제대로 정산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임금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직장인 4명 중 1명은 아직 임금명세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를 17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매월 임금명세서를 서면, 이메일, 카카오톡, 전자열람 등의 방식으로 교부받지 못한 사람이 전체의 23.8%였다. 교부받고 있다는 응답은 76.2%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재직 중인 직장인은 13.1%가 못 받았다고 답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이 비율이 55.7%에 달했다.
고용 형태별로는 비정규직(46%)이 정규직(9%)보다 미교부율이 월등히 높았다. 또 월급여 500만원 이상은 95.8%가 명세서를 받는 반면, 150만원 미만은 41.5%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 여성(29.3%)이 남성(18.9%)보다, 비조합원(25.7%)이 조합원(8.8%)보다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임금명세서는 월급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임금명세서가 없으면 노동자는 임금체불을 인지하거나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필수사항을 누락 또는 거짓 기재한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지난 2021년 11월 19일 관련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오는 19일 시행 3년째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월 19일부터 올해 8월까지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15%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고용 형태·사업장 규모 등과 무관하게 모든 일터에서 임금명세서를 주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석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임금명세서 미교부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임금체불 문제까지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집중적인 관리 감독과 법 위반 사업주들에 대한 엄격한 과태료 부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