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수에 대한 학교의 조처가 미흡하다며 서울여대 학생들이 ‘래커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교수가 명예 훼손 혐의로 일부 학생들을 고소하면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앞선 19일 서울 노원구 노원경찰서 앞. 과잠(학과 점퍼)을 입은 서울여대 학생들은 "대학 안전 지키려는 학생들은 죄가 없다. 고소당한 대자보엔 틀린 말 하나 없다!"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이 학교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 동아리 '무소의뿔'이 개최한 '명예훼손 무죄 결정을 위한 연대 집회'였다. 500여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 등은 성범죄를 저지른 독어독문학과 A교수에 대한 비판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이 고소된 사건에 대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촉구했다.
학교는 작년 7월 인문대 소속 A 교수가 학생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9월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학생들은 징계가 가볍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여왔다. 이후 A 교수가 대자보 내용이 명예훼손이라며 지난달 경찰에 작성자를 고소하자 학생들의 시위가 본격화했다.
현재 A 교수는 강의를 녹화 강의로 돌리고 학교에는 나오지 않는 상태라고 전해졌다.
집회 참석자들은 A교수의 고소 결정에 반발했다. 대자보 작성자 중 한 명인 B씨는 "학교는 재학생과 졸업생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성추행을 저지른 사람의 교수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외쳤다.
서울여대 교수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현숙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저는 학생 편이라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옳기 때문에 모든 일을 함께할 것"이라며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고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서울여대 제18회 교수평의회도 전날 "승현우 서울여대 총장은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A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학교 캠퍼스에서도 건물 외벽과 바닥에 '성범죄자 교수 OUT' '서울여대는 룸살롱이 아니다' 등의 문구를 붉은색 래커로 칠하는 등 교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서울여대 측이 지난 14일 시설물 훼손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거라고 경고하며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 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이번 사태 해결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학내 공공 시설물을 훼손한 것에 대해선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본교 건물 등 전체 시설물을 포함한 본교 재산을 훼손하여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경우 관련 법령 및 본교 제 규정에 따라 이에 상응한 인적, 물적 등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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