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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中 역사서 찾은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 전략은

입력 : 2025-01-18 06:00:00 수정 : 2025-01-16 20: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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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 린이/ 송은진 옮김/ 비즈니스북스/ 1만8500원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성어는 ‘주머니 속의 송곳’을 뜻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숨어 있어도 결국 돋보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고사성어의 주인공인 중국 전국시대 말엽 조나라의 모수는 3년 동안 평원군의 문하에 있으면서 그의 눈에 띄지 못했다. 자신을 기용해 주길 바라는 모수의 말을 듣고 평원군은 탁자 위에 놓인 자루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자루에 송곳을 넣었다면 벌써 자루를 뚫고 튀어나왔을 텐데 말일세.”

린이/ 송은진 옮김/ 비즈니스북스/ 1만8500원

모수는 평원군의 의도를 눈치채고 답한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다만 저라는 송곳은 그동안 내버려져 있었기에 지금부터라도 자루에 넣어 주십사 스스로를 소개하는 바입니다.”

모수는 ‘자루에 들어 있어도 눈에 띄지 않았다’라는 전제 자체를 자신에게 알맞게 고쳤다. 자신은 평원군의 ‘자루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전제를 수정한 것이다. 즉 ‘모수가 뛰어나지 않아서 지금껏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결론 역시 옳지 않게 된다.

평원군은 이 말을 통해 모수에 관한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모수를 자신의 휘하에 기용했다. 이후 모수는 뛰어난 언변으로 적국의 왕을 설득하는 등 큰 활약을 펼쳤다. 이처럼 모수는 영리하게 자신에게 알맞은 전제를 다시 세움으로써 평원군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난 5000년간 중국 역사의 중심에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를 담은 명저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 ‘사기’, ‘춘추’, ‘전국책’, ‘자치통감’ 등 동양 최고 고전에서 뽑아낸 50가지 말하기 사례를 토대로 ‘대화의 전략’을 독자에게 전한다. 소 열두 마리로 전차 400대의 군대를 물리게 한 재치 있는 말, 자신을 모욕하려는 적국의 왕에게도 인정받는 품격 있는 말, 복수심과 증오로 이성을 잃은 왕의 마음을 돌린 설득력 있는 말 등을 제시한다.

책은 ‘역사’ 를 바탕으로 ‘말로 사람을 대하는 기술’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저 옛이야기를 다뤘거나 말 잘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말로 역사가 결정된 순간’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런 극적인 순간에 위인들이 마주하며 주고받았던 이야기들을 오늘날 소통학에 맞춰 재해석했다.

반전과 긴장감 넘치는 고전 속 인생 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을 무기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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