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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가 돌려보내라“ 아쿠아리움 수조에 현수막…법원 판단은? [법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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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6 21:00:00 수정 : 2025-01-16 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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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 보유·전시하는 건 벨루가 습식에 반하는 것으로서 윤리적 책임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피해 회사가 스스로 벨루가가 수족관에서 사는 것이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따라서 업무(전시)의 보호 가치가 더 낮아진다.”

 

한 해양환경단체 대표의 재판이 열렸다. 다섯 마리의 벨루가를 보유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조면에 벨루가를 방류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부착했다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로 수족관 전시 업무의 보호 가치가 ‘낮아졌다’고 짚으며, 롯데월드 측이 산정한 피해 금액에도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흰돌고래 벨루가는 북극해를 중심으로 살아가며 중심 서식지로부터 멀게는 6000㎞까지 이동한다. 활동 반경이 넓고 지능도 높은 탓에, 상대적으로 좁은 수족관에서 살게 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벨루가에겐 고통스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핫핑크돌핀스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16일 오후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황현진(39) 공동대표에게 공동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황 대표는 2022년 12월16일 오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안에 있는 대형 수조면에 강력 접착 스프레이를 이용해 현수막을 부착하고 “롯데는 (벨루가) 방류 약속 이행하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조사됐다.

 

황 대표 측은 손괴 부분의 사실은 인정하지만, 아쿠아리움의 업무가 업무방해죄로 보호하는 업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2년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 시행령에 따라 전시하면 스트레스 등으로 폐사하거나 질병에 걸릴 우려가 있는 종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보유할 수 없는데, 여기에 고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수조에 펼침막을 붙이고 구호를 외친 행위가 사회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변론하기도 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활동가가 선고 전 제출했던 탄원서를 읽고 있다. 그는 “처음 봤을 땐 신기했지만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면서, 벨루가를 아쿠아리움에서 만나야 하는 사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시행령은 신규로 들여오는 고래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미 시행령 시행 이전부터 수족관에 있었던 벨루가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설령 수족관 측이 관리규정을 어겼다고 하더라도 과태료 행정처분 대상이지 업무방해죄로 보호받지 못하는 반사회적 업무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또한 수조면에 접착제를 다량 분사해 펼침막을 부착한 것이 수단의 정당성을 갖췄거나 시위로서 합리적인 범위에서 피해를 준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동물 권리에 대한 위상이 바뀌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롯데월드 측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가 과다하다는 것을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수조에 보유·전시하는 행위가 벨루가 습식에 반하는 점, (롯데월드가) 수년 전 약속했지만 방류를 이행하지 않고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기업으로서 인권과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부여된다”고 판시했다.

 

또 접착제 잔여물로 인한 보수로 7억3000여원을 썼다고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실제 전체 보수가 필요한 조치였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며 “쉽게 접착제 제거가 가능하고 또 보수 기간에도 전시 이뤄졌기 때문에 접착제 잔여물 피해도 크지 않다고 보인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선고 이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 계획을 밝혔다. 황 대표 변호인 김인숙 변호사는 “동물이 더는 사육의 대상이 되지 않고 동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고, 그 책임이 대기업에도 있다고 인정한 부분은 앞선 판결이라 평가한다”면서도 “비록 손괴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해도 사회적 상당성이 있다고 하면 위법성이 조각돼야 하는데, 상당성까지 인정했다면 완벽한 판결이 됐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상당성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건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며 “우리 행동이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지구 전체, 또 이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재판부가 지적한 것처럼 롯데월드가 처음 산정한 피해 금액이 정당했던 건지, 표현의 자유를 막고 시민단체의 활동을 막기 위해 무고 행위를 저지른 건지 밝혀 가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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