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 외환 관리 시스템이 외자 유출 억제 등 방어 조처에만 치중해 시장 활성화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환 시스템 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2000년대 이후 외화유동성이 풍부하게 축적됐지만 현 시스템은 환율 변동성 완화만 과도하게 쫓아 대외 건전성에 큰 실익은 없고 국민불편과 비효율성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은 “1990년대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때문에 원화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국민들이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이라며 “한편 우리 외환 시스템의 위기 대응 능력은 과거보다 획기적으로 좋아졌지만 시장경제 활성화와 금융 선진화 등 목표의 달성은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시스템은 자본거래 신고제와 외환업무의 은행 중심주의 등 보수적 거래 관행을 강조하는데 이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 발전이 지체되고 역외 시장은 기형적으로 발전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라며 “한국 원화가 국제통화로 자리매김 못 하고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환거래 신고제를 사후 보고 방식으로 전환하고 외화 수령·송금을 은행 외 다른 경로에서도 할 수 있도록 자유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외 금융투자의 편의성을 높여 외환 이자·배당이 늘어나면서 대외 변동의 ‘안정판’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자본 수출국의 위상에 맞게 원화를 국제통화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아직 크지만 브레이크만 너무 움켜쥐지 말고 여러 면을 봐야 한다. 환율 변동성이 커져도 외화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고, 해외 투자 수익률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함께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금융투자협회의 김진억 상무는 해외송금이나 환전을 은행에만 일임하는 현 제도를 바꿔 증권·보험사 등 모든 금융사에 주요 외환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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