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현직 판사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연구관 백모 판사는 이날 오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공수처는 수사권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백 판사는 "헌법 제84조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며,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 내란죄가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로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쟁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재직 중 소추가 불가한 직권남용죄로 강제수사를 진행한다면 헌법 제84조와 충돌하게 되어 강제수사 자체의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내란죄가 직권남용죄에 흡수될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는 공수처의 권한 밖의 영역인 내란죄 수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신중한 법적 검토를 촉구했다.
백 판사의 글은 법원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며 격론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이 2차 비상계엄을 계획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며 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비상계엄을 추진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18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차은경 영장당직 부장판사가 주재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변호인단이 법정에서 공수처의 수사 및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측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다"며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는 과도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담당한 차 부장판사는 동료들로부터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 부장판사는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국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입문했다. 200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6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인천지법 등 주요 법원을 거치며 다양한 사건을 다뤘다.
이번 사건은 주말에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면서 당직 판사였던 차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 부장판사는 사건의 정치적 성격에 흔들리지 않고 법적 근거와 증거를 중심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그의 중립적이고 신중한 판결이 기대된다. 윤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둘러싼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차 부장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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