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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된 법원…4년 전 ‘美 의사당 폭동’ 닮은 꼴

, 이슈팀

입력 : 2025-01-19 14:55:49 수정 : 2025-01-19 19: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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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발부 서부지법에서 지지자 난입
트럼프, 대선 불복 선동하며 ‘1·6 폭동’ 초래
윤석열도 수사·재판 ‘불복의 불복’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은 2021년 미국의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지지자를 선동한 것처럼 수사기관과 법원의 정당성을 줄곧 문제 삼아온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에 진입해 경찰과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초유의 법원 난입 사태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시간 서부지법 건물을 습격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86명이 현행범으로 연행됐다.

 

이들은 오전 3시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경찰이 소지하던 방패나 의자 등을 이용해 유리창을 부쉈고 3시21분 법원 내부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정문과 유리창을 부쉈고 경찰관을 폭행하고 내부 집기를 집어 던졌다. 지지자들은 영장심사를 진행한 판사를 찾으며 “판사X 나와라”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 내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3시32분쯤 대규모 경찰 경력이 법원 내부에 투입됐고 지지자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일부 유튜버는 난입 장면부터 자신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장면까지 생중계하기도 했다. 경찰은 기동대 등 총 1400여명을 동원했고 오전 6시쯤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진압했다.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 모습. 유리창이 깨지고 내부 집기가 널브러져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서부지법 현판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4년 전 미국 의사당 폭동과 닮은꼴

이날 시위대가 벌인 초유의 법원 폭동 사태는 2021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벌어진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유사하다.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 의사당으로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20년 11월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승리하자 결과에 불복했다. 일부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주장을 펴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공식화하는 상·하원 당선 인증 절차(선거인단 집계)를 막기 위해 2021년 1월6일 의사당에 몰려와 난동을 부렸다.

 

시위대와 의회 경찰이 충돌하면서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36시간 안에 5명이 사망했고, 경찰관 184명 등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의회가 이런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이던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점령해 불태운 이후 처음이었다.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 의사당으로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6 사태로 지금까지 1500명 이상 기소됐고 실형을 선고받은 645명을 포함해 1200명 이상에게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주동자 일부는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된 이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이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이후 줄곧 ‘사기 대선’ 주장을 펴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폭력 사태 당일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지지자를 워싱턴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수천명의 지지자가 모인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오늘 우리의 선거 승리가 빼앗기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도 불복하며 지지자 결집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역시 거듭 ‘불법수사’를 주장하며 수사기관과 법원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에서 정하지 않은 내란죄를 수사하고 있다며 수차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도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두 번째 체포영장으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지만, 이튿날 조사엔 또다시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그사이 1차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 체포영장 적부심을 제기하는 등 절차마다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1일엔 대리인 등을 통해 편지를 보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히고 관저 주변에 모인 시위대를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이라고 칭했다.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 직전엔 미리 찍어둔 영상을 공개하며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공수처와 법원을 공격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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