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오늘(현지시간) 출범한다. 취임 전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까지 통상·안보 무기로 쓰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트럼프다. 당장 글로벌 경제·안보 지형의 불확실성이 세계질서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취임 첫날 보편관세 등 100개 이상의 행정명령을 쏟아낼 준비를 마쳤다. 수출 위주 경제구조에다 국정 리더십마저 공백 상태인 우리 경제엔 더 없는 악재다. 경제·안보 방파제를 굳건히 쌓는 선제 대응이 급선무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대놓고 “미국 산업을 빼앗아가는 경쟁 상대”라며 반감을 드러내 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의 보편관세와 60%의 대중국 관세가 현실화하면 우리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65조원) 감소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요구할지 모른다.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행보에 한국의 동참도 압박할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만큼 대미 투자에 나선 국내 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1500원선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다.
4년 전과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했다. 그래서 미국의 통상 압박은 1기 행정부보다 더 거셀 것이다. ‘정치 탓’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정부와 여야가 합심해 트럼프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출 지역·품목 다변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언제 닥칠지 모를 수출 부진이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펀더멘털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한 유연한 통화·재정 정책과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규제 완화도 시급하다.
북한을 대놓고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는 상황에서 ‘코리아 패싱’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중거리급 극초음속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로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반도에 몰아칠 외교·안보 격랑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핵 동결로 시간을 끌다가 핵 보유국이 된 파키스탄의 전철을 밟게 해선 안 된다. 미국이 북한과 핵 동결이나 군축협상 등 ‘스몰 딜’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30여년간 이어진 비핵화 목표를 쉽게 포기할 순 없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다각적 외교 채널을 가동해 정상 외교의 공백부터 메워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