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인 남편이 아내와 협의이혼을 하면서 아내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았고, 이후 남편은 파산신청을 해 파산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남편의 파산관재인은 남편을 대신해 아내를 상대로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파산선고가 되면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가집니다). 파산관재인이 남편을 대신해 제기한 위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요?
결론은 파산관재인이 남편을 대신해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므로 법원은 소를 각하합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스613 결정).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당사자들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순전히 ‘재산법적 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청구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혼한 경우 당사자는 배우자, 자녀 등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분할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법원은 청산적 요소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고려해 재산을 분할하게 된다.
▲또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불행사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즉 대법원 판결은 이상에서 설명한 대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이므로 당사자 본인만이 행사(행사상 일신전속성)할 수 있고 파산관재인이라 할지라도 이를 대신 행사(채권자대위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편 채무자에 대해 파산이 선고되면 채무자가 파산선고 당시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을 구성하게 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382조 제2항).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논리로 채무자가 아직 행사하지 아니한 재산분할청구권이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Tip
협의이혼 후 파산신청을 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해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있겠으나, 재산분할청구권의 법적 성격상 파산관재인이 대신 행사할 수 없다는 판례의 결론은 타당합니다.
다만 이러한 채무자의 행위가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한 반대로 재산분할이 이뤄졌다면 그 액수와 방법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 과도할 시 ‘사해행위’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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