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자비 투입 경쟁 빛봐
한국은 국비로만 개발해 한계
상업 발사 추진도 고려해 볼만
지난 1월16일 오후 4시16분(한국시간) 또 하나의 대형 재사용 우주발사체 뉴글렌-1이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36 발사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근지점 2400㎞, 원지점 1만9300㎞의 타원궤도에 무게 3t의 블루링을 한 번에 올려놓았다. 블루링은 우주 이동 플랫폼으로 고도 3만6000㎞의 지구 정지궤도와 달이나 화성 등 목표지점으로 우주선이나 위성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뉴글렌-1은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명인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우주발사체 회사, 블루오리진에서 개발한 대형 재사용 우주발사체로 지구 저궤도에 무게 45t의 위성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스페이스X의 팰컨9이 지구 저궤도에 무게 22.8t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것보다 2배나 더 무거운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뉴글렌-1은 높이 98m, 직경 7m의 크기이며 2단 로켓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 로켓의 높이는 57.5m로 액체산소(LOX)와 메탄(LNG)을 추진제로 사용하고, 추력 250tf을 발생하는 BE-4s 엔진 7개를 부착하여 이륙할 때 1750tf의 추력을 만들며 198초 동안 작동하는데 25회 정도 재사용을 목표로 한다. 2단 로켓은 높이 23.4m인데 액체산소(LOX)와 액체수소(LH2)를 추진제로 사용하고 72.6tf 추력의 BE-3u 엔진 2개를 부착하여 145.2tf의 추력을 644초 동안 만든다. 작년 말부터 기후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수차례 연기된 끝에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면서 첫 발사에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도전인데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다. 물론 1단 로켓의 재사용을 위한 바지선 연착륙에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몇 회 더 시도해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X보다 2년 앞서서 설립된 블루오리진은 그동안 일론 머스크의 성공적인 우주 사업을 지켜보면서 경쟁자인 머스크로부터 실력도 없이 꿈만 크다고 많은 놀림을 당했다. 베이조스는 고등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며 한 연설에서 ‘저는 미래에 우주식민지를 건설하여 자원 고갈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백만 명의 지구인을 이주하여 살게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우주개발에 대한 자신의 꿈을 언급하였다. 베이조스가 블루오리진을 설립하여 25년째 투자하며 조용히 재사용 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은 사업가나 갑부로서의 취미가 아니라 청소년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긴 여정의 시작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래가 더욱 기대를 모으게 한다.
스페이스X는 2024년 한 해에만 팰컨9과 팰컨 헤비 우주발사체로 131회의 위성 발사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차세대 재사용 우주로켓인 스타십 우주선을 4회 비행시험을 하며 미래의 첨단 우주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블루오리진의 첫 발사 다음 날인 1월17일 실시된 스타십의 7차 비행시험에서 1단 로켓의 발사대 회수는 성공했지만 2단 로켓인 개량형 스타십은 비행 중 폭발하여 실패하였다. 그동안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기술력은 차이가 무척 커 보였는데, 블루오리진의 위성 발사 성공을 계기로 급격하게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부자 1, 2위인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우주 비즈니스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그동안 스페이스X는 위성 발사가격에서 1단 로켓을 재사용하지 못하는 타 발사체 회사들보다 우위에 있었는데 앞으로는 블루오리진의 뉴글렌-1과 많은 경쟁이 예상되므로 위성 발사 비용은 더욱 값싸질 것이다. 이렇듯 머스크와 베이조스가 혁신적인 새로운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며 우주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자기 재산으로 온 힘을 다하여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을 직접 개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국비로 개발되는 우리의 차세대 우주발사체(KSLV-3)도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데 문제는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참여업체가 지식재산권의 지분을 요구하여 서로 불편한 관계라는 점이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첨단미래과학기술이므로 우리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인도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산하에 우주상업 자회사(NSIL·New Space India Ltd)를 두고 상업 발사를 추진하듯 우리도 우주청 소속의 항공우주연구원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신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위성의 상업 발사를 추진하는 것도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할 것 같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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