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화재 원인은 보조배터리?… 정부, 오늘 합동감식 실시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에 앞서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건의 원인 관련 기내 선반에 보관된 휴대용 보조 배터리 폭발이 지목되며 당시 탑승객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화재 사건은 국내외 항공기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부산 김해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는 기내 뒤쪽 선반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 승객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졌다”고 전하며, 이 소리가 보조 배터리나 전자기기에서 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 현직 기장은 자신의 SNS에 “선반 안에 있던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항공기 내에서 보조 배터리가 화재를 일으킨 사례는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는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승무원들이 즉시 대처하여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는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져 좌석에 불이 옮겨붙는 사고가 있었다.

이런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메탈 배터리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되어 기본적으로 기내 휴대나 위탁 수하물 반입이 금지된다. 그러나 탑승객이 사용하는 소량의 리튬 배터리는 운송이 허용된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만약 수화물 문제라면 보조배터리 취급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기내 휴대의 의미는 그 물건을 손으로 들고 관리하는 상태에서 타라는 뜻이다. 오버헤드빈에 넣는 것은 기내 휴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에어부산과 공항공사 차원에서 제대로 홍보가 안 된 것인지, 승객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부와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에어부산 BX391편 화재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한다. 이들은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할 계획이다.

양다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