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인간적 유대 전략적 활용 모색
韓, 전략적 대화 외교 성취로 연결
트럼프 유인할 장기플랜 마련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전방위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열흘 만에 불법이민 단속, 국경장벽 강화, 출생시민권 폐지, 기후변화협약 및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해외원조 재검토 등 42개의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국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그린란드 매입 재추진, 파나마 운하 운영권 회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의 방위비 GDP 5% 증액 요구 등 파격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고율 관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글로벌 연설 무대였던 다보스에서도 이러한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1월23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를 재확인하며 국제질서의 변화를 시사했다. 미 외교 석학 월터 러셀 미드는 이를 다보스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의 패배로 해석하며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후퇴를 경고했다. 뵈르게 브렌데 WEF 회장도 탈냉전 이후의 질서가 종말을 맞이했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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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은 이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트럼프의 즉흥적 협상 스타일을 활용해 ‘빅딜’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미국의 동맹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국제질서를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트럼프 간의 개인적 유대와 전략적 이해관계를 활용하여 중국 견제를 위한 연대를 다지는 한편, 무역·방산·안보·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실리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트럼프발 태풍의 중심에서 한국도 강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감축, 반도체·전기차 보조금 중단,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및 철강 산업 규제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까지 경제·안보 전반에 걸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접근법이 거칠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본질적으로 그는 거래(Deal)를 기반으로 협상하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철저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거래 조건을 언제,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수적이다. 트럼프는 단순한 비용 부담이 아니라, 가시적인 협상 성과를 원한다. 따라서 협상 초기부터 모든 패를 공개하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 오히려 트럼프가 먼저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도록 유도한 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협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만족감을 갖고 대내 홍보 효과를 누리도록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한국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트럼프와의 협상을 전략적 대화(Dialogue)로 확장하고, 이를 다시 외교적 성과(Diplomacy)로 연결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역사적 성과’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자 하는 정치인이다. 북한과의 정상회담, 미·중 무역 협정, 나토 방위비 협상에서도 그는 협상의 내용보다 외교적 성과를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를 단기적 거래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외교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트럼프가 한·미 관계에서 남길 수 있는 ‘업적’을 고려해 경제·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설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협상력 극대화를 넘어,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전략적 차원으로 승격하고, 한국에 유리한 국제질서와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트럼프와의 관계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전략적 조율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의 협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외교·경제 협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단기적 거래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트럼프 시대 한국의 최적 대응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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