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여인형·홍장원 증인 출석
‘尹, 계엄날 전화로 명령’ 증언해와
尹은 헌재 출석해 “지시한 적 없다”
김용현도 국회의원 체포 시도 부인
국회 측 “증언 부담” 가림막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가운데 다음달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받은 군 장성들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윤 대통령에 유리한 증언을 해준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달리, 다른 군 장성들은 그간 윤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해왔던 만큼 진실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5차 변론기일에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들 모두 국회 측 대리인단이 신청한 증인들이다. 대리인단은 이들을 상대로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명령에 대한 증인신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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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윤 대통령의 당시 정치인 체포 및 국회 의결 방해 시도를 입증할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이 전 사령관 공소장을 보면,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에게 ‘아직도 못 들어갔나.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적시돼 있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시점 이후에도 ‘계엄을 두 번, 세 번 하면 되니 들어가서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언급됐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김 전 국방장관 지시로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0여명 체포조 편성·운영을 주도하고 선관위 장악 및 서버 확보에 나선 인물이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 체포 대상 정치인 위치 추적을 요청했고, 홍 전 1차장에게는 체포 대상자 명단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국회의원 체포 시도를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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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윤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이어오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달 6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민주당 김병주 의원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에게 “전화가 한 차례 왔었다”고 폭로했다. 여 전 사령관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뒤 낸 입장문에서 “부대원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 전 1차장은 비상계엄 사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입을 열고 있다.
그는 지난달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에게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전화로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22일 국정조사에선 “싹 다 잡아들이란 말에 목적어는 없었다”고 밝히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홍 전 차장은 “(전화를 받고) 대상자가 누군지 여쭈기도 뭐해 잠깐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퍼즈(멈춤)가 있더니 방첩사를 적극 지원하라고 말씀하셔서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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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부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문형식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김 전 장관이 나서 병력 파견, 포고문 작성, 정치인 동향 파악 등을 자신이 지시했다며 혐의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증인석에 가림막이 놓일지도 관심이다. 앞서 국회 측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 면전에서 증인들이 진술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임시 퇴정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와 공수처 비상계엄 수사 태스크포스(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는 남아있는 비상계엄 관련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공수처는 14일 허석곤 소방청장, 16일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계엄 당시 한겨레, 경향신문, MBC 등 언론사의 단전과 단수를 지시한 의혹 등의 진위를 조사했다. 조만간 이 전 장관도 소환할 전망이다. 이 전 장관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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