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으로 보기 어려워”
군 복무 중 후임병에게 가혹행위를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다만 관등성명을 100여차례 말하도록 한 것 등 일부 행위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홍준서)은 강요 및 위력행사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3년 9월24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한 부대 진지 관측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중 후임인 일병 B(21)씨에게 K-1소총 탄약 배출 과정을 20여차례 반복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가 평소 근무 철수 후 탄약 반납을 위해 K-1소총 약실에 장전된 탄약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약을 손으로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날 A씨는 상황일지 글씨체 문제로 B씨와 시비를 벌이다 “너 폐급이야. 인정해”라고 소리치며 양손으로 B씨의 가슴 부위를 밀치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홍 부장판사는 “A씨가 이 사건으로 군대에서 군기교육대 15일의 징계를 받았다”면서 “피해자를 위해 2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같은 달 25일부터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B씨를 협박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법원은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는 진지 관측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중 B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에어컨 온도를 1도 올렸다는 이유로 "내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면 관등성명을 말하라"며 B씨에게 약 2시간 동안 관등성명을 100여차례 말하도록 했다. 또 자신에게 혼나는 B씨의 표정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진지 체력단련실에서 약 50분 동안 벽걸이 거울을 보면서 표정 연습을 하게 시키기도 했다.
법원은 헌병대 조사 당시 B씨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육체적 고통을 일으킬만한 행위를 당하거나 강요받은 적은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홍 부장판사는 “A씨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 모멸감을 줄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런 행위가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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