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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불황 속 사랑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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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4 23:23:26 수정 : 2025-02-04 23: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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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기부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세 유대교 연구 권위자인 모세스 마이모니데스는 ‘방황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책에서 자선 기부 등급을 8단계로 나눴다. 가장 낮은 단계는 ‘불쌍해서 주는 것’, 바로 윗 단계는 ‘마지못해 주는 것’이다. 가장 높은 단계는 ‘받는 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고, 그다음이 ‘기부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정체를 모르게 하는 것’이다. 익명성을 중시한 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기부하면 인간의 두뇌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거나 즐거운 경험을 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대커 켈트너 미국 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는 ‘선(善)의 탄생’이란 책에서 “돈을 기부하면 자기 자신을 위해 썼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기부는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축복받는 것으로 미덕 중에서 최고의 미덕”이라 썼다. 미국이 20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세계 최강국이 된 것은 부자는 부자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가진 것을 나누는 ‘기부 문화’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희망 2025 나눔캠페인’에서 역대 최고액을 모금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와 경기 침체 탓에 걱정이 많았지만, 당초 목표치였던 4497억원에서 389억원이나 더 걷혔다고 한다. 개인 기부금이 27%, 법인 기부금은 73%였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의 나눔 온도는 108.6도를 기록했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위한 특별모금에도 34억원이 모였다니 그저 훈훈하다.

많든 적든 애써 모은 재산을 남들을 위해 내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 아닌가. 따라서 기부는 쓰고 남는 것으로 하는 게 아니라 먼저 기부한 후에 아껴서 쓰라고 한다. 미국은 전체 기부금 중 개인 비중이 70% 이상 차지하는데 한국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기부 문화가 확산하면 힘든 이웃들이 좀 더 살맛을 느낄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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