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한 가운데 특히 농산물과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해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외식물가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가격 인상을 미뤄왔던 식품업계들도 잇따라 제품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압력이 더욱 커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의 오름폭 컸다.
품목별로 보면, 밥상 물가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무 가격은 79.5%, 배추는 66.8% 상승해 주요 채소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배추의 상승률은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상 악화로 인한 산지 출하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 가격은 35.4% 상승해 1987년 11월 이후 37년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당근 역시 76.4% 상승해 2017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러한 신선식품 가격의 급등은 서민들의 식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해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농산물 유통비용 증가로 이어져 최종 소비자 가격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서비스 물가도 2.3% 상승해 외식비와 같은 생활 밀접 분야에서의 비용 증가도 두드러졌다. 외식비는 2.9% 상승해 가계의 외식 지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상기후 영향을 받아 국제 커피 원두, 카카오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커피와 초콜릿 등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2.7% 상승해 지난해 1월(3.2%)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 가운데 커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1%, 초콜릿은 11.2% 상승했다.
가공식품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빙그레는 다음달부터 커피와 과채음료, 아이스크림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린다고 밝혔다. ‘더위사냥’은 800원에서 1000원, ‘붕어싸만코’는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된다.
롯데웰푸드도 17일부터 자사 대표 상품인 빼빼로(54g)를 1800원에서 2000원으로 200원(11%) 올리기로 했다. 가나마일드(70g)도 2800원에서 3400원으로 600원(21%) 올렸다.
제과 업체인 SPC그룹 파리바게뜨도 10일부터 빵 96종·케이크 25종 가격을 평균 5.9% 올리기로 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23년 2월 이후 2년 만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 향후 물가 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농산물 가격은 기상 조건과 산지 출하량에 크게 의존하므로, 향후 기상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먹거리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물가 수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간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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