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개척자'인 차준환(고려대)이 처음 나선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의 사상 첫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차준환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9.02점, 예술점수(PCS) 88.58점을 합해 187.60점을 얻었다.
지난 11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94.09점을 얻었던 차준환은 총점 281.69점으로 1위에 올랐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회 유력 금메달 후보이던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를 눌렀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가기야마에 9.72점이나 뒤졌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대역전극을 일궜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것은 차준환이 처음이다.
차준환에 앞서 한국 피겨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은 이번 대회 여자 싱글의 김채연(수리고)까지 포함해 4개다.
여자 싱글에서만 2개의 금메달이 나왔고, 나머지 2개의 동메달은 여자 싱글과 아이스댄스에서 나왔다.
김채연에 이어 차준환도 메달을 따면서 한국 피겨는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남녀 싱글 동반 입상에 성공했다.
'피겨 신동'으로 불리며 주목 받았던 차준환은 그간 피겨 남자 싱글의 역사를 써왔다.
김연아가 한국 피겨의 역사를 바꿨다면, 남자 싱글에서는 차준환이 개척자 역할을 했다. 차준환이 '남자 김연아'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초등학교 때 이미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을 모두 성공하며 한국 남자 피겨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주목을 받은 차준환은 2015년부터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구사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최초로 메달(3위)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고관절, 발목 통증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던 차준환은 발에 맞지 않는 부츠 문제까지 겹쳐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가까스로 출전권을 따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에는 독감까지 걸리는 악재를 맞았지만,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회에 나선 차준환은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순위인 15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을 경험하며 성장한 차준환은 2018~2019시즌 한층 높이 날아올랐다.
2018~2019시즌 ISU 시니어 그랑프리 2, 3차 대회에서 연달아 동메달을 따냈다.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두 대회 연속 메달은 2009~2010시즌 김연아가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후 9년 만이었고, 남자 선수로는 처음이었다.
해당 시즌에는 왕중왕전 격인 그랑프리 파이널에도 나섰다.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 선수도 차준환이 김연아 이후 9년 만, 남자 싱글 역대 최초였다. 차준환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까지 수확했다.
이후 코로나19에 고관절 부상이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차준환은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를 차지,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톱10'에 진입했다. 차준환의 세계선수권대회 톱10 진입으로 한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 2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2년 1월 올림픽에 앞서 치른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차준환은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남자 싱글 사상 최초의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남녀 싱글을 통틀어도 4대륙선수권대회 금메달은 2009년 김연아 이후 13년 만의 일이었다.
차준환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의미있는 순위를 거뒀다. 282.38점을 받으며 5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5위 이내에 든 것은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은메달을 딴 김연아와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5위에 오른 유영, 차준환 뿐이다.
차준환은 2023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는 296.03점을 얻어 은메달을 땄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이었다.
당시 여자 싱글에서 이해인(고려대)도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피겨 사상 최초의 동반 입상이라는 역사가 써졌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 속에서도 차준환은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고, 2024~2025시즌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수확했다.
차준환은 이번에 금메달을 따며 한국 피겨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차준환은 이번 대회 금메달로 큰 선물도 받았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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