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간에 좋은 일들 많이 일어날 것”
EU엔 무역 전쟁 예고하는 등 ‘대립각’
취임 후 유럽연합(EU)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에는 유독 친밀감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트럼프는 1차 집권기에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르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그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날 전화 통화에서 스타머의 방미에 관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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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실(다우닝가 10번지)도 양국 정상의 통화 사실 그리고 스타머의 방미 추진을 확인했다. 스타머는 전날 트럼프가 임명한 마크 버넷 영국 담당 특사를 접견하는 도중 트럼프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버넷은 과거 트럼프가 출연한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의 제작자로, 그가 영국 특사에 지명됐을 때 ‘정식 대사관이 개설된 동맹국에 특사가 왜 필요한가’라는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스타머가 먼저 그를 빨리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우호적인 회담, 아주 좋은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머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아직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와 잠시 만난 적이 있다.
미국과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특수 관계’(special relationship)로 불릴 만큼 밀접한 사이를 유지해왔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양국 관계는 다소 소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바이든이 진보 성향의 민주당 소속인 반면 영국은 줄곧 보수당 내각이 집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이 압승하며 2010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보수 성향이 확고한 트럼프가 진보적인 스타머에게 친밀감을 드러내는 것은 영국과 EU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1기 집권기 때부터 독일·프랑스가 주도하는 EU에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2016년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거쳐 EU 탈퇴를 결정하자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는 최근 2기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EU를 상대로 관세 부과 등 무역 전쟁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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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국은 원래 친(親)EU 성향이 강하고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EU와의 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스타머는 최근 2020년 브렉시트 이후 5년 만에 EU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영국과 EU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영국에 구애하고 나선 것은 영국의 EU 접근을 차단하고 둘을 분리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사실 트럼프는 절반은 영국인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 메리 앤 맥러드는 1912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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