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없이도 하늘을 나는 무인기가 국방 분야에서도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방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민간 IT 분야 기술 응용이 이뤄지면서 지상 정찰에만 국한됐던 무인기의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군 무인정찰기를 공중에서 들이받아 요격하는 전술이 등장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선 무인기가 해양 치안 유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인기 기술의 급격한 확산과 발전은 또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수의 무인기를 선박에 탑재해서 운용하는 드론 항모다.
지금은 바다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과 비교하면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100여년 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기가 활약한 모습을 지켜본 강대국들이 항공기를 배에서 띄우는 항공모함을 만들었고, 항모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드론 항모도 미래 해전에선 승패를 좌우할 잠재력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
◆무인기와 항모의 결합 확대
무인기를 바다에서 사용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란이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해군 함대는 최근 헬기와 무인기(드론)를 탑재하는 드론 항모 샤히드 바게리함 취역 행사를 열었다.
2년 동안 상선을 개조해서 만든 샤히드 바게리함은 4만t급 함정으로 작전반경은 약 4만㎞에 이르며 최고속도는 20노트(시속 37㎞)다. 길이는 240m이며 드론과 헬기 이착함에 쓰이는 180m 길이의 경사갑판을 갖췄다.

선수에는 무인기 이륙을 돕는 스키점프대가 설치됐다. 세계 각국의 경항공모함에서 쓰이는 스키점프대는 이륙하는 항공기의 제트엔진 추력을 후방과 아래로 나아가도록 해서 기체를 이륙시킨다. 이를 통해 기체의 이륙중량을 높이고, 이륙에 필요한 거리를 줄인다.
이란 측은 샤히드 바게리함에 무인기와 헬기 외에도 단거리 및 중거리 방공체계와 정보 수집 장비 등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선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아직 관련 장비와 시스템이 탑재되지 않았거나 이란 측이 성능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측은 관영 언론에 영상을 공개하면서 샤히드 바게리함이 실질적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부각했다.
영상에는 아바빌(Ababil)-3 무인기가 항모에서 이착함하는 모습이 나왔다. 감시 정찰와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아바빌-3는 이란과 친이란 민병대에서 널리 쓰인다.
공개된 영상에선 이륙을 보조하기 위해 날개 양쪽에 소형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했다.

이란이 개발했다는 전투기인 카헤르(Qaher)-313의 무인기 버전도 등장했다. JAS-313으로 표시된 무인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행갑판에 올라와서 이륙했다가 착륙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란은 예전부터 노후한 상륙함과 수송함에 다수의 드론 발사기를 장착하는 등 선박에서 드론을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걸프만, 홍해, 지중해와 인접한 친(親)이란 국가들을 지원하고, 이란인에게 이란의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수의 자폭드론을 탑재한다면 먼 바다에서 상대국 연안에 집중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군사적 위협은 될 수 있다.
스페인은 유럽 에어버스가 만든 무인정찰기를 강습상륙함 후안 카를로스 1세함에서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에어버스 디펜스는 스페인 조선소 나반티아와 서탭(SIRTAP) 무인기를 후안 카를로스 1세함에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약을 맺었다.
후안 카를로스 1세함은 강습상륙함이지만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 탑재가 가능해 경항모 기능도 갖추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1세함과 서탭 무인기 통합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서탭 무인기는 서방에서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와 미국의 모하비에 이어 세 번째로 항모에서 사용되는 드론이 될 전망이다.
서탭 무인기는 스페인 육군과 공군이 도입하기로 한 최신 드론이다. 20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며 적외선·광학 장비와 다목적 레이더 등을 탑재해 감시정찰 작전을 수행한다.
2만7000t 크기의 후안 카를로스 1세함은 조기경보기 탑재가 어렵다. 해상작전헬기 등은 F-35B 운용 과정에서 적 위협을 탐지하는데 제약이 있다. 원양 작전에서 잠재적 위협을 탐지·추적하려면 드론 외에는 대안을 찾기 힘들다.
튀르키예도 강습상륙함 아나돌루함에 무인기를 탑재하고, 새롭게 건조할 6만t급 항공모함에 무인기를 운용할 예정이다.
중국은 최근 전자기식 무인기 드론 발사장치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쓰촨함을 취역시켰다. 유사시 대만 상륙작전을 진행하려면 화력을 지원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드론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자폭 드론을 탑재하면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드론 운용이 가능한 강습상륙함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감시정찰·상륙·해전 등의 임무를 강습상륙함 1척이 도맡을 수 있다.
◆일반 항모보다 비용 대비 효과 우수
세계 각국에서 무인기를 활용한 항모에 주목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는 대형 전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을 운용한다. 막대한 운영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과 국방예산을 갖춘 국가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국가들은 이같은 규모의 비용을 지출하기가 어렵다.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10여 대를 탑재한 경항공모함을 만드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F-35B는 대당 가격이 1억1500만 달러(약 17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의 전투기다.
각종 보안시설까지 갖춰야 하므로 항모나 강습상륙함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유로 F-35B 도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반면 무인기는 많은 국가에서 개발·운용중이다. 해상 특성에 맞게 개조하는 것 외에는 기술적 난도가 낮고 비용도 저렴하다. 사고로 추락해도 인명피해가 없다.
유인 전투기보다 훨씬 가벼워서 비좁은 갑판에서 이륙시키기도 쉽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격납고에서 비행갑판으로 무인기를 옮기는 것도 용이하다.
해군의 공중 감시 정찰 능력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다. 현재 서방에서 항모 운용이 가능한 조기경보기는 미국산 E-2D 뿐이다. 하지만 E-2D를 운용하려면 중형 이상의 항공모함이어야 한다.
적외선·광학·레이더 장비 탑재가 가능한 무인기는 함대 주변을 오랜 시간 비행하면서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자폭 무인기나 공격용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한 무인기로 적 함정을 타격하는 작전도 가능하다.
드론 항모가 자폭 무인기와 정찰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면 함대에 대한 위협을 상공을 보호하면서 멀리 떨어진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시 해리어 수직이착륙 전투기와 조기경보헬기를 탑재하는 경항모가 했다면, 이젠 경항모보다 크기도 작고 인력 소요도 줄어든 드론 항모도 이와 유사한 임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시에는 다목적 함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쓰나미 등 재난이 발생한 곳에 출동해서 현지 상황을 정찰하고 구조대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사각형 비행갑판을 활용해 구조헬기의 급유를 도울 수도 있고, 구호물자를 실어나르는 것도 가능하다. 해양학 연구를 위한 탐사선 역할도 할 수 있다.
드론 외에도 무인잠수정이나 무인수상정을 함께 운용하는 방안도 있다. 공중·수상·수중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체계를 단일 플랫폼에서 통제한다면, 수상전과 대잠수함전, 대기뢰전, 지상 타격전 등을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무인기 운용 능력에 초점을 맞춘 소형 항모 또는 무인기 다수를 띄울 수 있는 강습상륙함이나 경항모가 세계 각국에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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