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7일 방한 중인 웬디 셔먼 당시 미국 국무부 부(副)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예방했다. 한국으로 치면 차관급에 불과했으나 한 총리는 좌석 배치 등에서 셔먼을 자신과 거의 동급으로 예우했다. 직접 꽃다발까지 건네며 환대했다. 이는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한 총리가 주(駐)미국 대사이던 시절 셔먼은 미 국무부 정무차관으로 업무상 긴밀히 접촉하는 파트너였다. 꽃은 그날 73회 생일을 서울에서 맞은 셔먼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었다. 한 총리가 우리 관가를 대표하는 ‘미국통(通)’ 인사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만든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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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인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래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는데 뿌리는 상공부(현 산업통산자원부)에 내렸다. 1990년대 대통령실에서 통상산업비서관, 산업부에서 통상무역실장을 지낸 점에서 보듯 일찌감치 우리 정부의 통상 전문가로 자리매김 했다. 정무직 공무원으로 성장한 뒤 산업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등에 기용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2000년대 초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한국 대표부의 대사가 되어 국제경제와 외교를 아우르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MB) 대통령이 이듬해 한 총리를 주미 대사로 발탁한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지난 노무현정부 시절 경제부총리에 총리까지 지낸 그는 누가 봐도 ‘전 정권 사람’임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MB는 한 총리를 고집했다. 한·미 동맹 강화 그리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순조로운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한 총리만큼 미국과 통상을 두루 잘 아는 인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2009년 3월 미국에 대사로 부임한 한 총리는 MB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2월까지 3년가량 미 수도 워싱턴 외교가를 누비며 ‘한국에서 온 중량급 대사’로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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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것은 다수 국민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정상이 트럼프와의 접촉에 사활을 거는 마당에 한국은 미국·통상 전문가인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거대 야당의 한 총리 탄핵은 우리 국익에 금이 가게 만든 명백한 자해 행위였다. 마침 헌법재판소가 오는 19일 한 총리 탄핵 사건 첫 변론을 연다. 재판관들이 조속한 기각 결정으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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