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법심사 대상 여부·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유무도 대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20일 시작하면서 검찰과 윤 대통령 양쪽이 법정 공방을 벌일 쟁점에 관심이 모인다.
앞서 진행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단과 대통령 측이 대립한 쟁점은 형사재판에서도 대부분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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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위헌·위법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를 전제로 이후 실행 과정에서 파악된 여러 불법행위들을 토대로 내란 혐의가 인정된다며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내란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한편 국회 장악 시도와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 비상계엄 위헌·위법성 쟁점…尹측 "사법심사 대상 아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이나 증거기록에 대한 세부사항에 대한 입장을 추후 밝히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그간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권한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온 만큼 다음 재판에서 공소 기각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찰은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첫 재판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자 "비상계엄이 범죄에 해당할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게 판례의 확고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도 다시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의 영장 발부 및 이의신청 기각 결정으로 공수처의 수사권이 인정됐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으로 공판이 시작하면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비롯해 국회·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을 주요 쟁점으로 치열한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헌법상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의 국정 상황 인식과 계엄 사전모의 정황도 적시됐다.
또 국무회의 심의 과정의 하자를 포함한 계엄 선포 절차 역시 위법했다고 본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발과 예산 삭감 등으로 행정·사법부의 기능이 마비됐다며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탄핵 변론에선 부정선거 주장에 장시간을 할애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와 관련해서는 탄핵심판에서 직접 '국무위원 서명이나 회의록 작성에 절차적 위반이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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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끄집어내라" 지시 있었나…'주요 인사 체포 지시'도 쟁점
중요 쟁점은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와 선관위 장악 시도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변론에서 군 병력 투입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국회에는 '질서 유지', 선관위에는 '시스템 점검 차원'에서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고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도 탄핵 변론과 마찬가지로 증인 신문을 통해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검찰 조사와 탄핵 변론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다. (국회)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는데, 윤 대통령 측은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쪽지' 내용도 다퉈질 전망이다.
국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한 것인지,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을 보완하는 성격의 것인지가 내란죄 구성요건 중 '국가권력 배제'와 관련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쪽지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진술했고, 윤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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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여부도 쟁점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싹 다 잡아들이라',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지시했고, 홍 전 차장의 전화를 받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한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는 의혹이다.
조지호 경찰청장 역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홍 전 차장에게는 업무 격려차 연락한 것일 뿐이라며 홍 전 차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탄핵심판에서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이 체포 지시 명단을 받아 적었다는 메모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에서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주요 내란 관련자들의 피의자 신문조서나 참고인 진술조서 내용을 부인하는 입장이라 다수 증인이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있다. 공범의 피신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1심에서 피고인 최장 구속기간이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1심 선고는 늦어도 오는 7월 말까지 나오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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