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할인’ 아니다, 전부 ‘○마트 회원 할인가’… “손님 가려 받아요?” [수민이가 화났어요]

세계일보

‘마트 회원 할인가’… 과연 고객·마트 모두 ‘윈-윈’?

마트 측 “전체 고객 중 90% 회원…거의 할인 받아”
회원 아닌 10%는 여전히 최대 50%씩 ‘바가지’ 써

유통업계 관계자 “일반 고객 구매가 올려놓고
회원 고객가 저렴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상술
자사 우대 마케팅, 충동구매 높이는 영업 전략”

휴일인 16일 경기 수원의 A대형마트 식품매장을 찾은 주부 김미화(41)씨는 가격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반 구매 고객과 카드 구매 가격이 최대 50% 가량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A마트가 자사 및 제휴카드 고객에 한해서만 할인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김씨는 “평소 A마트를 자주 이용하지 않아 회원 할인 혜택이 이 정도인 지 몰랐다”면서 “(회원)판매가 5000원대 상품을 1만 원대에 산다고 생각하니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16일 경기 수원시 A대형마트에서 판매중인 일부 품목은 일반 고객 구매가와 카드 회원 고객가가 최대 50% 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 세계일보 독자 제공

이날 A마트에서는 일반고객 구매가 1만9800원인 ‘남해안홍가리비(1.5kg)’와 1만5800원짜리 ‘백생합(1.5kg)’을 회원 또는 제휴카드 고객에게는 ‘반값’인 9900원과 7900원에 각각 판매했다.

또 일반고객 구매가 1만980원인 ‘밤고구마(2kg)’와 5980원인 ‘하우스 햇감자(1kg)’을 카드 고객에게는 약 30% 가량 저렴한 6980원과 3980원에 각각 선보였다. 이 외에도 ‘양념낙지볶음’, ‘문어소라회무침’, ‘칠레산 블루베리’ 등을 카드 고객에게는 최대 30~40% 가량 저렴하게 판매했다.

이처럼 특정 상품을 놓고 A마트가 ‘회원·제휴카드 고객’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이유는 뭘까. A마트 관계자는 “자사 멤버쉽 적립에 따른 할인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고객 ‘락인(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전체 고객 중 자사 회원 고객 비중은 약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만 보면 A마트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회원 고객은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윈-윈’ 효과를 얻는 셈이다.

과연 그럴까. 유통업 관계자들 얘기는 좀 다르다.

16일 경기 수원시 A대형마트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을 통해 ‘봉지굴’을 50% 할인판매했다. 세계일보 독자 제공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극대화 하는 게 최우선 목표” 라며 “자사 회원 고객을 우대하는 마케팅은 (회원 고객들의) 충동구매를 높이기 위한 영업 전략의 일환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회원 고객에게 값싸게 파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 고객 구매가를 턱없이 높게 책정해 놓고 회원 고객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일반 구매 고객은 ‘이중의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큰 폭의 할인 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협력업체와 카드사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유통업체가 손해를 감수하거나 마진을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