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애와 온종일 전쟁인데, 집에서 뭐하냐며 왜 이리 지저분하냐고 잔소리하면 울고 싶어요”
“남편이 주말에도 소파에서 휴대전화만 해요. 애랑 좀 놀아주면 안 되나요.”
“맞벌이인데 집안일로 또 싸웠어요. 아이 낳자는데 독박일 것 같아 고민돼요.”
집안일을 누가, 얼마나 하느냐를 둘러싸고 부부의 대립은 끝이 없다.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맞벌이는 맞벌이대로 다툼이 벌어진다. 주로 여성들이 ‘왜 나만’이라는 불만이 많다.
남성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통계적으로’ 가사노동시간은 여성이 더 길다. 이 가사노동의 차이가 낮은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강조한 칼럼이 소개되면서 이 같은 갈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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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헤더 롱은 18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아기와 거시경제’ 논문을 소개했다.
골딘 교수는 여성 노동 시장 진출과 고질적인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에 대한 연구로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여성 경제학자다.
골딘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빨라졌지만, 집안일에 대한 남성의 생각은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충돌이 발생해 전세계적으로 저출생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한국이 꼽혔다. 농촌 국가였던 한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소득이 빠르게 증가했고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도 가속화됐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전히 여성이 집에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어 이러한 충돌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골딘 교수는 “(한 사회가) 급속한 성장을 경험하면 각 세대에게 현대 사회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 사회는) 그들을 현대 사회로 밀어 넣어 버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의 ‘기혼자의 성별 일평균 가사노동시간’ 중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 수치를 보면 기혼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64시간인데 비해 여성은 225시간으로 3.5배 더 많다.
가정관리가 여성 181시간, 남성 48시간으로 3.8배, 가족돌봄이 여성 44시간, 남성 16시간으로 2.8배 차이를 보였다.
1999년 남성 36시간, 여성 270시간으로 7.5배 차이에서 10년 새 격차가 줄긴 했으나 여전히 여성이 가사를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러는 사이 한국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은 1999년 1.43명에서 2019년 0.92명으로 낮아졌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이 높은 편에 속하는 스웨덴(1.7명), 미국(1.7명)과 프랑스(1.8명)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집안일을 조금 더 많이 하긴 하지만 시간 격차는 각각 0.8시간, 1.8시간, 1.5시간으로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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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딘 교수는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성세대와 남성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또한 단순히 가족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도 문제가 있다. 직장들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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