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예팀 뽑아 LLM 개발 전폭 지원
2026년 첨단 GPU 1.8만장 확보
1조 투입 AGI 원천기술 개발
산학연 안 가리고 대표선수 뽑아
“기업·청년의 R&D 놀이터 만들어
연내 월드베스트 LLM 개발 목표”
턱없이 부족한 AI반도체 인프라
2030년까지 국산 비중 50%로↑
AI인재 키울 ‘글로벌 챌린지’ 에
AI 전략기술 지정 세제지원 확대
미국·중국과 함께 ‘인공지능(AI) 3대 강국(G3)’을 목표로 하는 정부가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한다. 정부는 정예팀이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전폭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20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제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AI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통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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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혁신을 통해 미국 빅테크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확신한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국가 AI 역량 강화를 빠르게 추진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방안은 크게 차세대 AI 모델 개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 AI 전환 가속화로 나뉜다.
가장 눈에 띄는 새 사업은 AI 국가대표 프로젝트인 ‘월드 베스트 LLM’(가칭·WBL)이다. 국가 대표 정예팀을 선발해 단시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LLM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개발 능력이 있는 곳이면 대기업·스타트업·대학·연구소를 가리지 않고 ‘국가대표’로 선발한다.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이 세계 최대 AI 플랫폼 ‘허깅 페이스’ 등에서 인정받는다면 더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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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지원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인 월드 베스트 LLM이 연내 나와줘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인 제도와 비교해 파격적으로 지원하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그걸 감안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실행 계획을 잡고 여·야·정 협의체에서도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 시기와 내용 등은 추후 발표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핵심 자원을 최대한 집중 지원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한번 개발해 보자라는 획기적인 연구개발(R&D) 모델”이라며 “실력 있는 기업·청년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파격 지원에 나선 이유는 세계 시장서 AI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월 오픈AI를 중심으로 AI데이터센터에 약 730조원을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AI기가팩토리 프로젝트’를 포함해 300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AI데이터센터’에 약 163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달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이 절대 우위인 세계 AI 생태계에서 한국은 싱가포르·영국·프랑스와 함께 3위권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10개의 자체 AI 기반 모델을 보유해 잠재력을 갖췄다.
다만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국내 인프라가 부족하다. 2023년 기준 한국이 보유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은 약 2000개로, 미국 빅테크 메타의 15만개, 마이크로소프트(MS)의 15만개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미국과의 기술격차도 지난해 3월 기준 1.3년에 달한다. 유럽은 이 격차가 1년, 중국은 0.9년이다. AI 고급 인재도 부족한 데다 해외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GPU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데이터 규제를 완화해 AI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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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즉시→단기→중장기 3단계에 걸친 마스터플랜을 가동한다. 단기 계획으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1만8000장 규모의 첨단 GPU를 확충한다. 1만장은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중심으로 올해 내에 마련하고 나머지 8000여장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통해 확보한다.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국가 AI컴퓨팅 센터 내 국산 AI 반도체 비중을 50%로 끌어올려 저전력·고성능의 국산 AI 반도체 경쟁력을 높인다. 초기에는 엔비디아 등의 GPU를 쓰되 국산 AI 반도체의 성능을 검증해 점차 비율을 늘린다.
범용인공지능(AGI) 구현에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약 1조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최고급 AI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국내외 대규모 경진대회인 ‘글로벌 AI 챌린지’를 연다. 대회 입상자는 창업 지원이나 WBL 정예팀 기업 취업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 개소한 ‘글로벌 AI 프런티어 랩’은 유럽까지 확대한다.
세제, 전력·입지 등 제도적 기반도 강화한다. AI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해 첨단 AI 연구·인력개발(우대 공제율 30~50%), AI 통합 투자(우대 공제율 15~35%)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 비수도권에 AI 데이터센터 구축 시 전력 계통 영향평가 우대를 검토하고 항만배후단지·공항지원시설 등으로 입지를 다변화한다.
저작권·개인정보 규제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정부는 그간 자율주행 분야에만 허용됐던 비정형 원본데이터(영상 등)를 필요한 분야에서 쓸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로 했다. 공공데이터 중 AI 수요가 높은 비정형데이터, 합성데이터 등도 국가중점데이터로 적극 개방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술·인재로 개발한 한국형 AI를 현장에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의 독자적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를 의료,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 부처 협력형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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