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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국내에서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금 투자 열풍은 은으로 확산돼 시중은행에선 골드바에 이어 실버바까지 공급이 중단됐다. 이처럼 넘치는 수요에 국내 금 값이 국제 금값보다 20% 비싸지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광풍에 가까운 금 투자는 왜 시작됐고, 금 값은 얼마나 더 오를까?
금, 은 등 귀금속을 국내 직영·가맹점 및 은행에 공급하고 있는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대표와 지난 13일 신(新) 골드러쉬 현상을 짚어보고, 현명한 금 투자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금값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돌반지 하나에 60만원이 넘는 상황인데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이유는?
“제일 큰 요인은 그 탈달러화에 동조하는 브릭스 국가들의 중앙은행 등에서 금 매입을 계속 늘리고 있는 것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무역 전쟁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도 요즘 유입되는 금의 양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 4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때문만이 아니라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으로 금 사용량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전도율이 높아야 하는데 금과 은을 대체할 금속이 없다. 매장량은 한정돼 있는데 산업체에도 많은 양의 금이 사용되고, 투자 목적으로도 활용될 것이므로 금의 가치는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지만 과거 트렌드를 봤을 때는 지속적인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골드바 품귀 현상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에서 당분간 골드바 판매를 중단한다고 했는데 이제 금을 사기 어려운건가?
“관공서인 한국조폐공사는 원자재 수급 문제로 공급을 중단했지만, 한국금거래소 같은 민간 유통처는 해외 소싱 등을 통해서도 골드바를 공급받고 있어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판매량이 작년 동월 대비 2.5배 정도 늘면서 납기가 지연되고 있다. 주문 후 배송까지 15일 이상 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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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은 언제쯤 해소될까?
“금값이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우상향한다면 공급은 원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정체기를 거치거나 답보 상태를 보인다면 해소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금값이 정체될 수 있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거나 이스라엘에서의 휴전 협정이 유효하고 평화가 온다면 금값도 답보나 정체기를 보일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정책 변화가 중요하다. 바이든정부처럼 동맹국과 다시 공조를 하거나, 집권 1년 안에 다른 나라들과 합의점을 도출한다면 금값은 안정화할 것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이 계속 강경책으로 맞서고, 중동에서도 갈등이 지속되면 금 값 상승은 지속될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중반까지 치솟았는데 금 값에는 영향이 없나?
“우리나라 환율도 금값에 영향을 많이 준다. 지금 환율은 높은 수준이다. 조기 대선을 하거나 정치가 안정되면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가고 금값도 안정될 것이다. 국제 금값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내려가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금 값은 당연히 하락한다.”
—골드바가 품귀인데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골드바는 어떤 것인가?
“가장 많이 찾는 골드바는 37.5g짜리로 현재 600만원대(2월13일 기준)이고, 다음으로 100g짜리 1500만원대, 1kg짜리 1억5000만원대들이다. 중장년층 자산가들은 37.5g 이상, 100g, 375g, 500g, 1kg를 선호하고 35∼45세는 10∼37.5g, MZ세대는 1∼10g 정도를 많이 구매한다. 1∼10g은 온라인 거래가 활발하다. 지금 은행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100g, 10g짜리 골드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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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Z세대들 사이에서도 콩알금 사모으기가 유행하고 국내에서도 온라인에서 콩알금 거래가 가능한데 안전한가?
“온라인으로 택배거래를 통해 구입하면 300만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300만원 이하 골드 제품을 구입했는데 분실됐다면 택배회사가 300만원 범위 내에서 보장해준다.”
—골드바 품귀로 실물 거래가 쉽지 않은데 추천하는 금 투자 방법이 있다면?
“금 실물 보관 등에 부담을 느낀다면 금·은 유가증권도 있다. 실물 교환형 상품권이라고 표현한다. 10g 골드바의 판가율이 117% 정도인데 유가증권은 101%에 사고 되팔 때는 95%에 매입을 해준다. 실물은 금값이 16∼17%이상 올라야 차익을 보는 반면 유가증권은 6% 이상만 올라도 차익을 보는 것이다.”
—금 유가증권은 어디서 구입하나?
“한국금거래소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통해서 구입하고 매도도 할 수 있다. 지난해 금 유가증권의 연초 대비 연말 수익률은 40%에 달한다.”
—금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콩알금처럼 저중량의 금을 사 모으는 것도 좋지만, 1g짜리를 10개 살 바에야 10g짜리 하나 사는 것이 낫다. 금은 중량이 낮을수록 판가율이 높다. 1g짜리 콩알금을 10개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10g짜리 1개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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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투자 하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지표가 있다면?
“경기가 살아나면 주식 투자를 많이 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금을 찾는다. 금을 투자하려면 경기가 어떤 지부터 봐야 한다. 다만 금에 투자를 결심했다면 여유자산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금값이 부담스럽다면 은에 투자하는 어떤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금보다 은의 차익실현 규모가 훨씬 크다고 한다. 골드바가 품귀이니 이제 실버바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인터뷰 다음날 한국금거래소는 실버바 공급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금 1kg와 실버 1kg 생산하는 비용은 같은데, 교환비율은 금이 1대 90이다. 은의 판가율이 금보다 높다. 실버 유가증권은 최초에 살 때 108%에 샀다 팔 때는 98%에 매입을 해주니까 10% 이상 올라야 차익을 본다.”
—해외에서도 금 투자 열풍이 우리나라와 비슷한가?
“중국이나 인도, 터키는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지난해 4분기부터 약하게 움직임이 있다가 올해 1월 말부터 2월 현재는 광풍 수준이다. 제가 이 업계에 뛰어든 지 17, 18년 됐는데 이런 분위기는 진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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