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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은 ‘외계인’,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린다. 그는 기발한 발상과 창의적 사고, 도전 정신으로 흙수저의 성공신화를 써 왔다. 중국 항저우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고 입사시험에서도 30번 이상 낙방했다가 간신히 영어교사가 됐다. 창업 과정에서도 8차례 실패를 겪었다고 한다.
마윈은 1999년 1월 당시 대륙에서 생경했던 전자상거래 구상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이후 전자결제시스템 ‘알리페이’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등을 만들며 20년 만에 알리바바를 글로벌 빅테크기업으로 키웠다. 잘나가던 마윈은 2020년 10월 국영은행을 전당포에 빗대며 낡은 규제를 비판했다가 중국 공산당에 미운털이 박혔다. 당국은 즉각 알리바바를 반독점 위반혐의로 조사해 무려 3조원대의 벌금을 물렸다.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추진하던 약 40조원 규모의 홍콩 증시 상장도 무산됐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시진핑 주석이 3기 집권을 앞두고 함께 잘살자는 분배·이념 중심의 ‘공동부유(共同富裕)’,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이 앞장서고 민영기업은 퇴장한다)’ 노선에 공을 들이던 때였다. 마윈에게는 큰 불운이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사라졌고 4년간 일본, 싱가포르, 뉴욕 등 해외를 떠돌며 은둔생활을 해왔다.
마윈이 다시 돌아왔다. 얼마 전 시 주석이 베이징으로 중국 대표 테크기업을 불러 모았는데 이 자리에 인민복을 입은 마윈이 나타났고 시 주석과 악수도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먼저 부자가 되라는 덩샤오핑의 선부(先富)론과 자신의 공동부유론을 함께 강조하며 “민영기업이 선부로 공동부유를 촉진하라”고 했다. 마윈은 향후 3년간 인공지능(AI) 분야에 지난 10년간 투자액 220조원 이상으로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 ‘무결점’, ‘무오류’의 신화에 집착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가 이런 면죄부를 주는 건 드문 일이다. 중국 경제와 산업은 수년째 이어져온 미국의 제재에 시달려왔다. 여기에다 어느 때보다 더 혹독한 대중제재를 예고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시 등장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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