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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려도, 오른 대출금리… 은행권 ‘꼼수’ 손 본다

입력 : 2025-02-23 21:00:00 수정 : 2025-02-23 20: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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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출금리 점검 팔 걷어

한은, 2024년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명분 앞세워
우대금리 축소 활용 대출금리 올려
“과도한 인상으로 돈잔치” 비판 불러

금감원, 우대금리 등 변동 자료 요구
은행권 금리 산정 적절성 살펴보기로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 과정 점검에 나선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은행권이 이자 이익을 위해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이용한 ‘꼼수’를 써왔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우대금리 적용 현황과 가산금리 변동 내역 등을 들여다보고 대출금리 산정의 적절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은행 20곳에 차주별·상품별로 준거·가산금리 변동 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자영업자나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아 금리 산정에 부당한 것은 없는지, 오류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해 기준금리가 연 3.5%에서 3.0%로 0.5%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신용위험, 운영비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일종의 할인금리인 ‘우대금리’를 빼서 산정된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 가계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금리를 높여왔다. 가산금리를 높이는 한편, 우대금리는 낮추는 방식이 활용됐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에 월급계좌가 있거나, 해당 은행 신용카드를 매월 일정액 이상 쓰면 일정 부분 깎아주는 금리를 말한다. 가산금리는 위험 프리미엄이나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변경이 쉽지 않지만 우대금리는 내부 재량권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조정이 가능하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기는커녕 오르면서 금감원은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이용해 임의로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린 정도보다 2.8∼6.1배 우대금리 적용을 줄여 대출금리 인상효과를 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를 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전인 9월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1.13%포인트(4.04→5.17%) 올라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이어 신한은행이 0.7%포인트(4.2→4.9%), NH농협은행·하나은행이 0.19%포인트(각각 4.47→4.66%, 4.38→4.57%), KB국민은행이 0.1%포인트(4.39→4.49%) 각각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지표금리는 0.14∼0.22%포인트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0.07∼0.19%포인트 올리고 우대금리를 0.13∼1.41%포인트 덜 깎아준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내렸지만 우대금리를 1.41%포인트나 덜 적용해 대출금리를 높였다.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당국의 압박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출 조이기를 명분으로 한 과도한 금리 인상이 결국 은행들의 ‘돈 잔치’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4대 금융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총 41조8760억원으로 전년(40조6212억원)보다 3.1% 늘어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4대 금융 순이익 또한 16조420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6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2일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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