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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종전 압박… ‘강요된 평화’ 마무리 우려 [우크라 전쟁 3년]

입력 : 2025-02-23 19:06:46 수정 : 2025-02-23 22: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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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3년

트럼프, 젤렌스키 패싱하고 푸틴과 담판
美, 러 책임 명시 않는 유엔결의안 제출
‘전쟁’ 아닌 ‘분쟁’ 표현… 유럽 각국 반발

美, 우크라 안전보장 대가 광물 합의 압박
일각선 “우크라 경제 식민지 삼나” 비판
젤렌스키 “美와 광물합의안 초안 작성”

24일(현지시간)로 개전 3년이 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전환점에 섰다. 취임하자마자 협상 문을 열어젖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주체적 결정을 기반으로 하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원칙을 깨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 차원의 담판 외교에 드라이브를 걸면서다. 미국이 안전보장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광물 협정도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타결 초읽기에 들어갔다.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돼 3년간 이어온 전쟁이 국제 질서 수호라는 대의보다는 조기 종전을 위한 ‘강요된 평화’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광물 합의안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광물 협상에 관한 합의가 진정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 사항을 바로잡는 것이다. 나는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정이 필요한 세부 사항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폐허 된 보금자리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을 맞았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피스키 지역에 살던 두 주민이 지난 14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가 파괴된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피스키=로이터연합뉴스

양국은 미국이 투자와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를 다량으로 확보하는 안을 놓고 협상해 왔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천연자원 수익 11억달러의 450배를 넘는 5000억달러(약 7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이 타결 임박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경제적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CNN은 협상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쟁 피해국으로부터 방위비에 지불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빼앗으려는 이상한 제안”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전쟁을 최대한 빠르게 끝낸 뒤 전후 관리 책임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에 직접 맡긴다는 계획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를 전쟁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현재 전선을 동결해 영토 문제를 정리하는 방식의 종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은 전쟁 발발 3년을 맞아 우크라이나가 제출한 유엔 결의안 철회를 압박하면서 러시아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자체 결의안을 새로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제출한 결의안에는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즉각적인 철군과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미국은 전날 제출한 결의안에서 ‘전쟁(war)’이 아닌 ‘분쟁(conflict)’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분쟁의 조속한 종식’을 촉구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책임을 면제하는 듯한 결의안을 제출하자 유럽에서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문제와 양자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 계획을 밝힌 뒤 실무준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자국 매체에 “향후 2주 안에 양국 특사가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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