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총장·포항의료원장 역임
신경계질환 권위자로 현장 지켜
“보건소장 취임 때 주변서 걱정
의료인으로 여생 봉사하며 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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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여생을 지역보건의료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습니다.”
1년 넘게 지속된 의·정 갈등으로 필수의료·지역의료가 풍전등화 위기에 빠진 가운데 지난 40여년간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 및 총장, 지역의료원장을 역임한 뒤 풀뿌리 보건소장을 맡은 의료인이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경북 포항의료원장 등으로 40여년간 필수·지역의료 현장을 지키다가 최근 포항 북구보건소장으로서 보건의료현장에 복귀한 함인석(73·사진) 전 경북대 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함 소장은 ‘경북의 슈바이처’로 통한다. 뇌졸중 등 국내 신경계질환 권위자인 그는 경북대의대 학장, 경북대 총장, 포항의료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임상경험과 행정·경영 능력을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의료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부터 포항의료원장으로 재임할 때는 코로나19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함 소장은 2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포항의료원장을 퇴직한 후 지역 보건소장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포항북구보건소장 모집공고에도 장기간 의사면허를 가진 지원자가 없어 포항시가 매우 난감해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이강덕 포항시장 등 지인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요청이 있어 보건소장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 소장은 “포항은 저 개인적으로 인연이 참 깊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적 경북 청도에서 포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포항중앙초등학교를 다녔고, 2000년대 초에는 포항의료원 이사로 약 3년간 재직한 바 있다”며 “최근에는 포항의료원장으로 6년간 재직하는 등 누구보다 포항에 대한 인연과 애정이 남다르다”고 밝혔다.
그래도 함 소장이 지난해 12월16일부로 포항북구보건소장에 취임한 것을 놓고 의료계 일각에선 존경 반, 걱정 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년을 편안히 쉬어도 되는 상황인데 굳이 ‘폼’도 안나는 보건소장을 맡았어야 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함 소장의 소신은 확고하다. 그는 “이제 인생의 만년기에 접어든 만큼 남은 인생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통해 물질보다는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함 소장은 힘이 닿을 때까지 보건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보건의료 취약계층의 형평성 개선 및 의료사각지대 안전망 강화에 역점을 두고 포항시민의 보건의료 복지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항시 보건행정이 시민들로부터 더욱 신뢰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 목표를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역설했다.
40년 넘게 필수·지역의료 현장에 있었던 그인지라 1년 넘게 계속된 의정 대치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함 소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전에 경험이 많은 의료인, 전문가 등과 치밀한 사전논의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증원을 발표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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