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 극우 AfD 제2당, 연정 협상 끼워달라 요구
23일(현지시간) 총선을 치른 독일에서 차기 정부 구성을 놓고 일단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의 대연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석 배분 결과에 따라 3개 정당이 합쳐야 할 수도 있다.
좌우를 대표하는 두 정당의 대연정은 옛 서독 시절을 포함해 네 차례 구성됐고 이 가운데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 때가 세 차례다. 3당 연정은 2021년 총선 이후 처음으로 꾸려졌지만 3년도 못 가 붕괴했다.

ARD방송이 출구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예측한 정당별 의석수는 CDU·CSU 연합이 208석, SPD 120석으로 두 정당을 합하면 재적 절반(315석)을 간신히 넘는다.
이 예측은 출구조사에서 4%대 득표율을 기록한 자유민주당(FDP)과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이 의석을 1개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두 정당이 득표율 5%를 넘기거나 지역구 299곳 중 3곳 이상 승리할 경우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아 다른 정당 의석수도 줄어들 수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SPD)는 이날 저녁 ARD방송에 출연해 "CDU·CSU 연합과 SPD가 협상할 경우 대표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총리직에 출마했다며 차기 정부에서 장관을 맡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는 숄츠 총리가 빠진다면 SPD와 연정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SPD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을 대표로 연정 협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선거 기간 SPD와 녹색당을 연정 파트너로 언급했다. 그러나 녹색당과는 기후·난민·원전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견해가 크게 다른 데다 자매정당 CSU가 녹색당과 연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SPD와 대연정이 우선 순위로 거론돼 왔다.
CDU·CSU 연합과 SPD의 의석수 합계가 재적 과반에 못 미칠 경우 1개 정당을 더 끌어들여야 할 수도 있다. 연정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메르츠 대표는 "두 정당과 협상해야 한다면 더 어렵겠지만 그래도 해낼 것"이라며 부활절(4월20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총리 후보는 CDU·CSU 연합과 SPD·녹색당의 '케냐 연정'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케냐 연정은 세 정당의 상징색이 케냐 국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죄더 대표는 "독일 사람들이 케냐 연정이라는 명칭의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선책으로 친기업 우파 FDP를 포함한 3당 연정을 제안했다.
제2당을 예약한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SPD, 녹색당이 합류하면 또 4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CDU·CSU 연합에 연정 협상을 요구했다. 티노 크루팔라 공동대표는 나아가 CDU·CSU 연합뿐 아니라 다른 정당과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제2당도 제1당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연정 구성을 시도할 수 있고 합계 의석수 절반에 못 미치는 소수정부 구성도 가능하다.
그러나 메르츠 대표는 이날 AfD와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독일 정당들은 극우 정당에 대한 이른바 '방화벽' 원칙에 따라 AfD와 연정 구성은 물론 의안 처리에도 협력하지 않고 있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