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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두 분 외식하실 때 보태 쓰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살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기 흔쾌히 식료품을 내준 슈퍼마켓 주인에게 성의를 담은 편지와 돈 봉투를 건넨 청년의 일화가 전해졌다.
경기도 부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계산대에 올려진 봉투를 발견한 뒤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는 현금 20만원과 함께 바른 글씨체로 꾹꾹 눌러쓴 메모가 담겨 있었다.
메모에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두 분 외식하실 때 보태 쓰시면 기쁠 것 같다. 덕분에 살았다”고 적혀있었다.
기억을 더듬던 A씨는 평소 캔 커피 1개만 사 가던 20대 단골 청년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 청년은 몇 달 전 “실직해서 너무 형편이 어려운데 라면 1개를 외상으로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왔다.
젊은이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A씨는 당시 라면, 즉석밥, 즉석 카레를 포함해 5만원 어치 생필품을 챙겨 줬다.
몇 달 뒤 취업에 성공한 청년이 가게를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A씨는 청년에게 현금을 돌려줬지만, 훈훈한 여운은 오래갔다고 밝혔다.
해당 사례는 부천시가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온(溫)스토어’ 사업을 하며 지난해 하반기 실제로 있었던 일화다. 온스토어는 슈퍼마켓, 편의점, 약국, 반찬가게 등 동네 가게 종사자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발견해 물품을 지원하면 부천시가 기금에서 비용을 보전해 주고 현장 조사를 거쳐 필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천의 복지·안전 플랫폼이다.
부천시는 치매 노인, 학대 피해 아동, 단절 1인가구 등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시민 참여로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23년 6월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부천에 있는 134개 가게가 ‘온스토어’에 참여해 어려운 이웃 1512명에게 약 9200만원 상당의 긴급 생필품을 지원했다. 또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 긴급 복지 등 공공 서비스 200여건도 연계됐다.
부천시는 온스토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물품을 즉시 지원해 줄 수 있는 ‘거점 온스토어’를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37개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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