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장관 방미 성과 발표
“조선·에너지·관세·비관세 등 5개
전세계 첫 美 부처와 협의체 구성”
LNG 수입 확대 등 다각도로 검토
2025년 韓 총수출 3211억원 감소 전망
당국선 “최대한 실익 찾도록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신규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어떤 영향이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부과는 예고된 일이기는 하나 무관세를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미 수출기지로 활용했던 국내 기업은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최대 성과로 실무협의체 구성을 꼽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지속적인 적용도 예외도 없는, 단거리 달리기 같은 단판승부가 아닌 마라톤 같은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방미 최대 성과는 실무협의체 구축
안 장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방미 성과를 공유하며 “조선, 에너지, 알래스카 가스 개발, 관세, 비관세 다섯 분야에서 미국 3개 부처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실무진끼리 협의 대상은 정해졌는데 협의체별로 구성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고 이르면 다음주라도 첫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아직 확답을 받은 것은 없지만, 협상을 시작할 좋은 출발점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안 장관은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통상·에너지 분야 고위 당국자들과 만났는데 부처별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산업부가 주축이 돼 산업·이슈에 따라 국방부, 외교부, 안보실 등 범부처로 실무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미국에 전달했다. 안 장관은 협의체 구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정부가 계속 미국과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데,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협상하다 보니 특정국과 협의체 구성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다”며 “당시 각고의 노력 끝에 USTR과만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관세 조치를 발표해도 이후 예외가 생기고 또 예외에 다른 조항이 추가될 수 있다고 봐 임기 내내 소통할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처럼 한국이 중국의 수출 우회로라는 인식이 남아있어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 한·미 산업 생태계가 달라졌음을 설명하는 수단이 이번 협의체”라고 했다.



◆조선·에너지산업 협력 높은 공감대
양국은 특히 조선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대가 높았다. 미국은 해군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유지·보수·정비(MRO),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수출을 위한 탱커와 쇄빙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 장관은 러트닉 장관도 우리 조선업계가 몇 년치를 수주한 상황임을 안다면서도 “‘미국이 패키지로 대량 주문할 시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우리 조선업계가 미국에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하자 ‘생큐(고맙다)’라는 답을 들었다”며 “조선 협력 인식은 양쪽이 상당히 깊다”고 전했다.
무역적자 해소를 최우선으로 삼는 미국에 우리나라는 LNG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안 장관도 “우리나라는 현재 에너지 수급을 중동 쪽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수입선 다변화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온 문제”라며 “미국으로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NG 수입량을 확대할 경우 “미국에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상쇄할 때 유용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제한을 푸는 행정명령에 최근 서명했다. 과거 주정부가 북극해 인근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개발 어려움과 사업성 문제로 오랜 기간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난달 이 프로젝트 참여 의향을 밝혔고 여기 우리나라 기업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현재 파나마운하를 거쳐 들어오는 수입 경로보다 태평양을 통해 들여오는 수입선은 에너지 수급에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 피해 가시화
정부의 대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캐나다·멕시코 25% 신규 관세, 중국 10% 추가 관세로 국내 제조업 기업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여서 전기차·배터리 시장 진출의 거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운영하며 배터리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집단 중 25개 그룹이 201개(캐나다 110개·멕시코 91개)의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멕시코·캐나다 관세는 현지 생산과 판매는 물론 우리나라 수출에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가 이같이 부과될 경우 올해 우리나라 총수출은 지난해 대비 2억2000만달러(321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로 대미 수출이 반사이익을 입어 19억6000만달러(2조8000억원)로 늘어나겠으나 대중국·캐나다·멕시코 수출은 각각 6억8000만달러(9900억원), 2억6000만달러(3800억원), 12억4000만달러(1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지속되지는 않으리란 것이 현재 산업부 전망이다. 안 장관은 “캐나다와 멕시코 대통령이 그렇게 노력했지만 관세 조치가 강행됐는데, 또 다른 협의로 이를 취하하거나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며 “정부는 우리 기업이 최소한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최대한 실익을 찾을 수 있도록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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