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을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양측 수장의 만남은 2015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표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 전신) 회장 이후 10년 만이다. 이 대표는 이번 간담회에서도 실용·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류 회장에게 “국부펀드든, 국민펀드든 국가 차원의 투자를 늘릴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앞선 ‘엔비디아 30% 국민 지분’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이 대표는 20일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난다. 이 대표의 경제 행보가 말만 앞세운 선거용이 아니길 바란다.
최근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를 두고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많다. 그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성장론을 앞세웠다. 지난달 3일에는 반도체법 토론회를 주재하며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주 52시간 예외에 군불을 땠다. 급기야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정체성을 흔드는 말까지 내놨다. 하지만 이뿐이었다. 민주노총 등 강성 지지세력이 반대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상속세·소득세 완화 등도 의욕을 보이더니 최고세율 인하 등 핵심은 쏙 빼버렸다. 대신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뻔한 상법 개정안은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던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류 회장과의 만남에서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는 있지만, 다 함께 잘되자는 것이지 누군가의 것을 뺏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필요하면 대화하고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불필요하게 기업 활동에 장애 요인을 만드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말로는 친기업을 외치며 실제로는 노란봉투법·상법개정안 등 반기업 성격의 법안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쉽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미국발 관세 위협도 모자라 생산·소비·투자 3대 실물지표의 ‘트리플 감소’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한 게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이를 극복해 나갈 대응 방안과 실천이 중요하다. 국회의 책임이 크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라는 ‘영양제’도 필요하고,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위한 반도체특별법도 절실하다. 이 대표의 행보가 공감을 얻으려면 이율배반적 행보를 끊어내고 입법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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