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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상공·투하 전’ 좌표 오류 교정할 기회 다 놓쳤다 [포천 민가에 전투기 오폭]

입력 : 2025-03-06 18:25:40 수정 : 2025-03-06 23: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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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경위·의문점

USB에 키보드로 표적 좌표 입력
탑승 직후·임무수행 지점서 재확인
조종사 개인에 전적으로 의존 문제
정확한 좌표 입력 2번기 오폭도 의문
MK-82폭탄, 축구장 1개 살상 위력
훈련 중에 또 오폭… 軍 대응도 논란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프리덤 실드) 연습 돌입을 앞둔 6일 군 당국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이날 공군, 육군과 주한미군이 참여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가 MK-82 폭탄을 잘못 투하해 다수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흔들리던 군심(軍心)을 다잡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훈련 강화를 외치던 군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처참한 현장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한 마을의 주택에 공군 전투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면서 기와지붕이 내려앉고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포천=뉴스1

◆조종사 좌표입력 실수

 

이날 오폭 사고는 KF-16 2대가 일반폭탄인 MK-82 각각 4발을 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 도중 발생했다. 폭탄은 표적에서 8㎞ 벗어난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일대에 투하됐다. 주택가 인근에 1발, 비닐하우스에 1발, 성당 인근에 1발, 도로에 2발이 떨어졌고, 인근 군부대에도 3발이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MK-82는 직경 8m·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드는 위력을 갖고 있고, 살상반경은 축구장 1개 면적에 이른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 기능이 없어 명중률이 낮아 대량 투하해 건물과 교량 등을 파괴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공군은 조종사가 지상 좌표입력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고 보고 있다. 사고 당시 KF-16 2대가 편대 비행을 하며 MK-82 폭탄 동시 발사 전술훈련을 진행했다. 1번기 조종사가 폭탄 투하 좌표를 잘못 입력해 폭탄 4발을 엉뚱한 곳에 투하했고, 뒤따라오던 2번기 조종사는 1번기를 따라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좌표의 오차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과거에는 기체가 강하하면서 조종사가 조준경으로 표적을 확인, 폭격했다. 지금은 전투기가 수평비행하며 폭탄을 투하할 지점에 도달하면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쓴다. 이에 대해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사전 입력한 좌표가 절대적 역할을 한다. 좌표가 잘못 입력되면 잘못된 곳에 폭탄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MK-82

오폭 방지를 위해 전투기 조종사는 표적 좌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조종사는 이동식저장장치(USB) 형태의 저장 도구에 키보드로 표적 좌표를 입력한다. 조종사는 전투기 탑승 후 좌표가 입력된 저장장치를 전투기에 연동할 때와 비행 도중 및 임무수행 지점에 도착했을 때 좌표와 표적을 확인해야 한다. 군 당국은 1번기 조종사가 첫 단계에서부터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좌표입력이 제대로 됐는지를 조종사 본인 외에 누구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종사 개인에게 의존하는 절차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1번기를 따라 오폭을 한 2번기 조종사 대처도 의문이다. 2번기는 정확한 좌표가 입력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동시발사 전술훈련이라 2번기 조종사의 입력 좌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1번기 사격 후 2번기가 거의 동시에 사격하도록 계획됐다”며 “1번기 사격 전후 두 조종사가 의사소통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번기가 설정된 좌표가 아닌 곳에 폭탄을 투하했다는 점을 알아챘다면 2번기가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공군의 사고조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1·2번기 조종사들은 위관급 장교로 각각 400시간, 2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KF-16은 조종사 1명이 탄다.

 

◆軍 늑장 대처도 논란

 

이번 사고에서 군의 대처도 늦었다. 폭탄은 오후 10시4분쯤 투하됐고, 사고 소식이 계속 전해졌으나 공군은 약 100분이 지나서야 KF-16에 의한 오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지했다. 공군 관계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었으나 확인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이번 사고는 나라가 잘못한 것”이라며 “당정이 반드시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며 “철저한 조사로 사고의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도 군 훈련 도중 오폭·오발 사고가 잊을 만하면 벌어졌다. 2004년 공군 F-5B 전투기가 충남 보령 옹천역 주차장에 연습용 폭탄을 오폭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2015년엔 포천의 미군 훈련장에서 발사된 105㎜ 대전차 포탄이 민가 지붕으로 떨어져 미8군 사령관이 사과했다. 2020년에는 경기 양평에서 실시된 육군의 사격훈련 도중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1발이 논에 떨어졌고, 2022년에는 탄도미사일인 ‘현무-2’ 지대지미사일 사격훈련 중 발사 직후 인근 기지 내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수찬·김병관·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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