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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진 ‘매드맨’ 트럼프…누구도 예외없는 ‘미국 우선’ 민낯 나왔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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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7 10:00:16 수정 : 2025-03-07 17: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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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지정학적 경쟁자의 공격이 아닌 미국 내부 변화에 의한 결과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미국은 경제적, 군사적 지배력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무역을 보호하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적극적으로 구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연설을 하면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조 바이든 전 미 행정부는 미국이 지닌 힘을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을 좌절시켰다.

 

그런 ‘팍스 아메리카나’가 우리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치는 ‘미국 우선주의’ 때문이다.

 

동맹이라도 손해 보는 관계는 인정하지 않고 관세를 부과한다.

 

우방과 동맹을 미국의 힘만으로는 보호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잠재적 적국과도 교류한다. 미국이 자유무역, 민족자결 등의 내용을 담아 영국과 1941년 합의한 대서양 헌장마저 스스로 내던졌다.

 

한국도 동맹국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쓰나미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수습할 최적의 수단인 정상외교가 마비된 상태에서 한국이 직면할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동맹을 압박하고 적국과 교류하는 트럼프

 

동맹국에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는 5일 워싱턴 연방의사당 연설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국가도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선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도 적국도 이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한다. 그럼에도 관세와 군사적 지원을 연계해서 한국을 압박하려는 모양새다.

 

이같은 기조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의 4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앨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가 지난 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콜비 지명자는 청문회 서면답변과 질의응답 등을 통해 행정부에서 취할 조치로 △군 준비태세와 능력 재건 △국방산업기반 복원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격려하고 필요 시 압박 △불필요한 분쟁 회피 등을 위해 잠재적 적국과 교류 등을 제시했다.

 

동맹국들이 안보에 대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동맹을 더 현실적이고 비즈니스적인 기반에 둬야 한다”면서 유럽과 대만, 일본 등을 비판했다. 

 

콜비 내정자는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핀란드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미국이 하는 일과 많은 동맹국이 하는 일 사이에 큰 불균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우리도 그들의 관점을 더 고려하는 것은 동맹국들이 제 역할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던 냉전 시절의 성공적 동맹 정책으로의 회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콜비 내정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나토는 창설 당시 미국이 재정과 군사력 대부분을 제공하는 일방적 배치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유럽은 매우 큰 경제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유럽이 자체 방어에 훨씬 더 큰 책임을 지고 미국은 동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더 균형잡힌 동맹’이라고 칭했다. 

 

또한 유럽과 캐나다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고 방위산업 역량을 확장하며 실질적이고 대규모적인 전투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에 대해선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이 크게 악화됐다. 대만은 침략을 거부하고 봉쇄를 견디는 능력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이를 충분히 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 대만은 자체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면서 거부적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을 겨냥한 국방비 증액 요구도 이어졌다. 그는 “중국과 북한에 위협받는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2%만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일본은 자국 방어와 서태평양에서의 집단 방어에서 더 적극적이고 확장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콜비 지명자는 “대만과 소통할 때, 그들이 가능한 한 한국과 비슷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한국은 훨씬 더 강력한 군대를 가진 매우 타당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선 “미국을 위해, 또 한국을 위해 위협을 억지하고 방어하는 전략적 태세를 신뢰할만하고 확고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세계에 대한 접근 방식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직면한 위협의 본질과 동맹 사이의 책임 분담에 대해 명확하고 솔직하며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비전은 한국처럼 유능하고 의욕적인 동맹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며, 나도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기회와 위기가 교차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한국은 전쟁에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는 동맹국이다.

 

냉전이 끝난 이후 유럽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군비를 줄여왔다. 옛소련과의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던 상비군은 경제와 복지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의해 축소됐다.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혼란에 빠진 1990년대에는 이같은 기조를 유지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고 군사력이 강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름반도 합병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체제에서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1990년대보다 향상됐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테러, 범죄,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전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서방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문제는 이같은 위기 국면에서도 러시아와의 충돌에 대비하는 대규모 군비증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월 28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공병 훈련에 참가한 육군 제11기동사단의 장애물개척전차가 미국 장병들의 엄호를 받으며 기동하고 있다. 육군 제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내에서 유럽의 기여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유럽은 군사력을 확충하고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작업에 나섰다.

 

한국은 냉전 시절부터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군사적 대치 국면을 이어왔다.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과 핵·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했고, 경제난 속에서도 군수공장과 더불어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한국은 50만명이 넘는 상비군과 300만여명의 예비병력을 확보, 북한 위협에 맞서고 있다. 전차와 자주포 등의 중화기를 단기간 내 대량생산하고 우수한 군함을 만들 방위산업 기반도 갖췄다.

 

‘북한 위협 대응’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한 결과로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남 창원1사업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F404 제트엔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리스크도 존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국이 기존보다 더 많은 역할을 맡기를 희망한다.

 

한국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 미국이 본격적인 요구나 압박을 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한국에도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 오너와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드러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붙이는 것도 최고지도자와 협상해서 해결하겠다는 건데 한국은 (최고지도자가) 없으니까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를 내세워 북핵 억제 전력과 정보 등을 미국이 지원하고, 재래식 전쟁은 한국군이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즈니스적 관점이 두드러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맹 정책이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주한미군 기지나 병력을 조정하는 것과 방위비분담금 및 한국 국방비 증액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방비 증액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한국군의 전력 증강에 온전히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방법이라는 평가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나 일본 등에 국방비를 올리라고 하는데, 우리도 GDP의 3% 이상을 국방비를 증액한다고 약속하는게 중요하다”며 “주한미군 총 운용비를 우리가 부담하고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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