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재개발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 꼽혀
미국 뉴욕의 명물 하이라인(High Line) 공원 설계자로 유명한 건축가 리카르도 스코피디오가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스코피디오는 전날 고향이자 평생에 걸친 활동 무대인 뉴욕에서 숨을 거뒀다.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인은 1935년 뉴욕에서 재즈 음악가인 아버지와 역시 음악 연주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고인은 2007년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영향으로) 처음에는 음악에 끌렸지만 나중에 미술과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명문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스코피디오는 졸업 후 건축 등 미술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사립대 쿠퍼유니언(Cooper Union)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때 제자로 만난 23살 연하의 엘리자베스 딜러는 훗날 부인이 되었다.
고인이 오랫동안 설계한 수많은 건축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이다. 대중을 위한 녹지 공간인 이 공원은 1975년 폐선된 2.33㎞ 길이의 고가 철도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2009년 개통 후 인근 지역 개발과 관광 붐 촉진에 데 큰 도움이 됐다. 주변 건물들과 잘 어울리고 걷기에도 편해 산책을 즐기려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날 하이라인 공원은 세계 건축학계에서 도심 재개발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하이라인 공원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2009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코피디오와 아내이자 동료 건축가로 하이라인 공원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딜러 두 사람을 나란히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시켰다.
뉴욕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의 명소 링컨센터의 리모델링도 고인의 대표적 업적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공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영화 및 영화 박물관,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교육용 건물, 일본 나고야 근처 아파트 단지, 뉴욕 롱아일랜드 해안가 저택 등 설계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이 같은 공로로 스코피디오 부부는 1999년 건축가로는 처음 맥아더 재단이 주는 ‘천재 상’(Genius Grant)을 받았다. 2019년 영국 로열아카데미는 이들 부부에게 건축상을 수여했다. 최근 미국 예술 아카데미는 스코피디오를 회원으로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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