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경로·표적거리 훈련과 다름 인지
시간 쫓겨 육안 확인 않고 폭탄 투하
2번기도 동시 투하 밀집대형만 집중
부대장은 안전사항 대대장에 위임
사고 3분후 인지… 상황 파악만 몰두
지휘체계 보고·언론공지 줄줄이 지연
좌표 교차 검증 등 재발 방지책 마련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무기로 위력을 과시해 온 공군의 ‘민낯’이 드러났다. 살상무기와 첨단 장비를 다루는 군대는 운용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항을 빈틈없이 챙기고 확인해서 임무 성공과 안전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일 경기 포천시 지역에서 민가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전투기 조종사들은 ‘좌표 확인’이라는 기본 사항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공군은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기강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못된 표적 확인도 안 해
공군 조종사는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면서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 내 슬롯에 꽂는다. 그러면 데이터들이 전투기 임무컴퓨터에 입력된다.
10일 공군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지난 5일 비행준비를 하면서 다음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JMPS에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도 좌표 ‘XX 05.XXX’을 ‘XX 00.XXX’로 잘못 입력했다.
공군 관계자는 “1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불렀다고 얘기하고, 2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현장에는 두 사람뿐이었다”고 말했다. 조종사가 입력한 좌표는 비행경로와 표적을 포함해 14개로 숫자가 약 200개에 달했다. 조종사들은 좌표 입력이 올바르게 됐는지 재확인하지 않았다. 14개 좌표를 입력한 후 인쇄해 해당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오류로 인해 프린터가 작동하지 않아 생략됐다고 공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고 당일 이륙 전 점검 단계에서 두 조종사는 잘못된 좌표가 포함된 데이터를 비행임무계획장비에서 비행자료전송장치에 저장했는데, 2번기는 장비 오류로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서 2번기 조종사는 수동으로 좌표를 다시 입력했다. 이때는 표적 좌표가 정확하게 입력됐다. 1번기에는 잘못된 표적 좌표, 2번기에는 올바른 표적 좌표가 입력된 것이다. 이륙 전 최종 점검단계에서 1, 2번기는 경로 및 표적 좌표를 재확인했지만 1번기 조종사는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행하면서도 1번기 조종사는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비행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좌표를 잘못 입력하면서 진입지점에서 표적까지의 거리가 사전 연습 때보다 늘었고, 1번기 조종사는 예정된 시간에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정해진 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져서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폭탄을 투하했다. 2번기 조종사는 정확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한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당일) 날씨가 나쁘지 않았고, 표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눈으로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조종사 측면에선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시 실사격은 표적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2대가 동시에 무장을 투하하는 훈련이었다.

◆지휘감독 문제·상황 전파 늑장까지
부대장의 지휘·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은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상부 지시와 연계한 안전지시 사항을 하달하는 등 전반적인 지휘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번 훈련계획 및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고,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 대대장에게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또 “대대장(중령)은 실무장 연합·합동 화력훈련임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 감독했어야 했지만 이번 실무장 사격 임무에 대한 세밀한 지휘·감독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일 공군의 상황 파악과 공지 과정도 부실했다. 공군작전사령부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7분 조종사들로부터 좌표 오입력을 확인해 오폭 상황을 인지했다. 사고 3분 만이다. 하지만 공작사는 공군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확실한지 검증하는 것에 집중했다.
군 보고체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공작사 상황실은 오전 10시7분 전투기 오폭 관련 비정상 상황을 인지했지만, 공작사령관 상황보고는 오전 10시21분에 이뤄졌다. 이후 공작사는 상급부대에 대한 유선보고도 늦게 하고, 서면보고는 누락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 군 지휘체계 보고도 줄줄이 늦어졌다. 공군은 사고 발생 후 약 100분이 지난 오전 11시41분에서야 전투기의 비정상투하를 언론을 통해 공식 확인했다. 현장 폭발물처리반(EOD)팀이 피해 현장에 출동해 공군 KF-16 전투기가 사용한 MK-82 폭탄의 파편을 최종 확인한 이후에 언론에 공지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공군은 밝혔다.

◆재발방지 대책 내놓은 공군
공군은 사고 직후 중단했던 비행을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연습과 연계해서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실사격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조치가 완료되면 재개한다. 공군은 이번처럼 조종사가 잘못된 표적을 입력해 오폭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차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수행 중인 표적 좌표 확인절차에 더해 최종 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와 함께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임무 편조와 표적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는 등 표적좌표 오입력에 따른 오폭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무장 표적 좌표 중복확인 절차를 보완하고 강화하겠다고 공군은 밝혔다. 실사격 훈련 때 부대 지휘관에게 비행계획과 임무결과를 대면 보고하게 하고, 대대장(비행대장)이 브리핑에 직접 참여해 임무준비상태 및 수행능력을 점검하게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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