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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공군 총장의 사과가 ‘찜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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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2 23:25:05 수정 : 2025-03-12 23: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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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조사 결과
조종사에 덮어씌우려는 인상 짙어
공군 총장은 사퇴 의사 표명했어야
군 기강 무너지고, 군인정신은 실종

2022년 10월 강원도 강릉 기지에서 발생한 현무-2C 탄도미사일 오발사고 때다. 당시 동해 상을 향해 쏜 이 미사일은 반대편에 있는 후방 군 기지 골프장에 떨어졌다. 탄두가 터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폭발했다면 참담한 광경이 연출됐을 것이다. 작은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상처를 남긴다며 군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글을 썼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러 지난 6일 발생한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으로 우려는 현실화했다. 공군은 나흘 뒤인 10일 사고와 관련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투기 조종사가 확인 절차를 게을리해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결론지었다. 무사안일이 부른 인재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해당 부대 지휘관 등도 지휘·감독 임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를 낸 전투기가 정상 비행경로를 벗어난 상황에서 항공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총체적 난맥상이 오폭으로 이어졌고, 31명이 다치고 150건 넘는 민가의 피해가 접수되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박병진 논설위원

남는 의문이 작지 않다. 아무리 못해도 2~3주는 걸릴 사고 조사를, 사고 발생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일사천리로 해치운 것부터 미심쩍다. 군 안팎에선 “평소 공군의 모습과는 딴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군은 조종사를 비롯한 젊은 장교들의 잘못과 상황관리 실패를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공군작전사령부가 합참 상황실에 언제, 어떤 식으로 사고 개요를 전파했는지는 함구했다. 교육훈련 책임자인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시점도 공개하지 않았다. 서둘러 오폭 사고의 파장을 잠재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사고 발생 초기부터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군기 빠진 조종사들의 단순 실수로 몰아간 것도 영 찜찜하다. 오폭 사고가 충격적이긴 하나 공군은 20대 조종사들에게 모든 걸 덮어씌우려는 듯했다. 그것도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전면에 나섰다. 군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참모총장이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을 자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보기에 따라 용기 있는 행동 내지는 신선하다고 여길 수 있겠으나 조직원 숙청에 우두머리가 나선 격이다. 군심은 싸늘히 닫혔다.

공군 총장의 대국민사과 내용도 그렇다. 그는 10일 오폭 사고와 관련,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제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책임을 앞세웠지만 어떻게 책임을 질 건지는 빠졌다. 상명하복의 군 조직 특성상 지휘 책임을 통감했다면 부하들의 허물은 덮고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묻도록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어야 마땅하다.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그래서 묻는다. 부하 꼬리 자르기를 통해 자리보전 내지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냐고.

민간인 오폭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이나 드러난 총체적 허점을 고려하면 공군 조종사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공군 총장 사과로만 끝낼 일이 아니다. 군의 모든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의 책임도 빠질 수 없다. 더구나 김명수 합참의장은 사고 당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과 함께 훈련 현장을 참관 중이었다. 국정 공백 상황에서도 한·미동맹은 이상이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합참이 훈련 규모를 키웠다고 한다. 공군 사고 조사에서 오폭 조종사는 정해진 탄착 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의장 등 한·미 군 수뇌부가 지켜보는 훈련이 약관의 조종사에게 어떤 심리적 부담을 줬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성 장군으로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오폭은 안타깝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는 하나 훈련 중에 발생한 사고라거나, 법적 책임을 따지더라도 실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는 군심을 다독이는 발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소(嘲笑)가 터진단다. 도대체 무슨 낯으로 그 자리에 있냐고. 군 통수권을 행사하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리더십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그 틈에 군 기강은 무너지고 군인 정신도 실종되고 있다. 도대체 나라는 어떻게 지킬 텐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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