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민생 의제·60개 과제 발표
자영업 육아휴직·가산금리 인하
효과 미미 입증된 지역화폐 포함
친기업 역행 ‘노란봉투법’ 재추진
김문수 노동 “사업하지 말라는 것”
일각 “표몰이성 정책” 지적 나와
비판 의식한듯 李 “공약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민생연석회의를 통해 20대 민생의제와 60개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조기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발표된 의제들과 관련해 “대선 공약으로 오해하지 말라”며 조기대선 준비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지만 지역화폐 확대, 주4일제 추진 등 논쟁적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며 일각에서는 야당이 벌써 조기대선을 겨냥해 포퓰리즘성 정책을 선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노동·금융·주거 분야에 관한 민생의제 발표회를 열었다. 민생연석회의는 중소상공인·자영업위원회 7개 의제, 노동사회위원회 7개 의제, 금융·주거위원회 6개 의제를 큰 틀로 삼아 60개 세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주요 정책과제로는 이 대표가 그간 여러 차례 필요성을 강조해온 지역화폐 확대와 주4일제 등이 포함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정책과 자영업자 육아휴직제, 온라인플랫폼 독점 규제, 자발적 퇴직자 청년 구직·실업급여 지원, 가산금리 인하 등도 담겼다.
이날 발표된 의제와 정책과제 중 일부는 최근 이 대표가 보여준 ‘우클릭’ 행보와 다수 상충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조기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표몰이성 정책 발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첫 번째 정책과제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 확대였다. 지역화폐 확대는 이른바 ‘이재명표 민생 정책’의 주축 중 하나로 꼽히는 정책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제시한 추경안에서도 지역화폐 발행 지원 사업에 2조원을 할당한 바 있다.
그러나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 등으로 인해 지역화폐는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과 지역화폐 운영을 위한 비용을 합한 경제적 순손실은 올 한 해 총 2260억원에 달한다”며 “지역 내 소매업 매출이 증가하면 인접 지역의 소매업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지역화폐가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이 대표가 ‘친(親)기업’ 행보를 보여온 것이 무색하게 기업계와 시장에 반하는 정책도 여럿 포함됐다.
민생연석회의는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 130시간, EU 평균보다는 300시간 이상 길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춰 1주 연장근로 한도를 5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단축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4일제를 법제화해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선택적 근무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앞서 지난해 민주당 이 대표의 주4.5일제 주장에 대해서도 ‘인기영합적 주장’,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현행 주52시간제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업주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무작정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생산성 저하나 일자리 축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비판으로 주4.5일제도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이보다 강력한 근로시간 단축안인 주4일제나 주 48시간제를 추진한다면 산업계의 강한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정부 들어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완화 조치가 이뤄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정책도 제시됐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도 포함됐다. 하도급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8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시행되지 못했다. 재계와 보수 진영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책임만 과도하게 늘리는 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야5당은 최근 노란봉투법을 재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은) 사업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업의 리스크를 너무 많이 늘리면 결국 기업이 탈출하고 노동자들도 불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 가능성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이날 발표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 발표된 내용은) 민생연석회의 의제다. 혹시 (대선) 공약이나 이런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 안 생기면 좋겠다”면서 “특히 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쪽에서 ‘이런 것을 한다더라’ 이렇게 해서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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