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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후배 "청부살인 사모님 사건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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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6-04 18:12:07 수정 : 2013-06-04 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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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피해자 하모씨의 대학 후배들이 나섰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한 중견기업 회장의 전 부인 윤모(68)씨가 자신의 사위와 이종사촌인 하씨가 외도를 한다고 의심, 하씨를 청부 살해한 사건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최근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수감 기간 유방암 등을 이유로 40여차례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병원 VIP 병동에서 생활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이 재조명되자 하씨의 모교인 이화여대 교내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에서 하씨를 추모하고 이 사건을 기억하고자 광고를 내자는 제안이 나왔고, 자발적으로 모인 재학생과 졸업생 6∼7명이 계좌개설, 광고 시안작성·집행 등을 진행했다.

총진행을 맡은 조모(사회대·23)씨는 “처음에는 피해자가 동문이라는 사실에 관심이 있었지만, 진실을 알고서는 대한민국의 힘없는 누구라도 제2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분노했다”며 “다시는 이런 부조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관심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1주일 만에 1500여명이 2800만원을 보내왔다. 금액은 1만원에서부터 50만원까지 다양했다. 기부자들은 입금자명에 ‘첫 월급 선배님께’, ‘고시생의 전 재산’, ‘백수라 미안해요’, ‘야식만 줄였어도’ 등을 써 보냈다. ‘아버님 힘내세요’, ‘기억하겠습니다’ 등 고인을 추모하거나 유족들을 위로하는 후배도 있었다.

이들은 두 일간지 1면에 광고를 냈다. 광고에는 “2002년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던 스물세 살의 법학도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2013년 가해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병원 특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며 “허위 진단서와 형집행정지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썼다.

‘정의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 일동’의 이름으로 실린 이 광고는 “대한민국에서 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용납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법 앞에서 평등하게 심판받는 그날까지 이화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대생들은 일반인까지 참가하는 2차 모금을 실시, 지하철과 버스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전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이달 말까지 10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공익프로젝트를 제시하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한 김모(예술대·25)씨는 “권력을 견제하는 가장 큰 힘은 시민들의 관심”이라며 “반짝 관심으로 그치지 않고 교훈을 기억하기 위해 2차 모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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