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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데”… 서러운 ‘황혼 부양’

관련이슈 복지사각지대 '老·老가정'

입력 : 2009-02-10 21:46:28 수정 : 2009-02-10 21: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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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실태조사 해보니 “내 몸 하나 부지하기 힘든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서 화가 납니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80대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한 60대 할머니의 탄식이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일터 고령화’에 이어 ‘가정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는 적게 태어나고 노인은 급증하다 보니 노인만 사는 집이 증가하고, 심지어 노인이 초고령 부모를 모시고 살아가는 이른바 ‘노·노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노·노가정 대부분이 가구원의 신체·정신적 장애와 함께 경제적 고통을 겪지만 사회적 관심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림은 고흐의 ‘비탄에 잠긴 노인’.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로서는 노·노가정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지만 현실은 ‘백지상태’나 한가지다. 학계의 국내 노·노가정 실태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심도있는 연구는 거의 없고, 구체적인 통계·자료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취재팀은 한국통계진흥원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2000년,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 재분석을 의뢰, 우리나라 노·노가정의 실태 파악에 나섰다.

분석 결과 2005년 현재 전국에서 65세 이상 가구원으로만 구성된 일반 가구는 무려 139만8500가구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8만7400가구(14%)로 가장 많았고 서울 17만3100가구(11%), 경북 15만5300가구(10%), 경남 12만9500가구(10%) 순이었다.

이 가운데 2세대 이상 노인들로만 구성된 노·노가정은 1만7800가구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인이 자신보다 적어도 20∼30세 많은 부모·시부모 등을 모시고 사는 가정이 1만7800가구에 달한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는 경기 2480가구, 경북 2190가구, 서울 1920가구, 전남 1730가구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정 고령화 현상 중에서도 노·노가정 급증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독거노인 가정이나 부부노인 가정보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형태의 노·노가정이 훨씬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병 수발은 물론이고 식사·목욕 등 평범한 일상조차도 노인이 노인을 모신다는 것은 무리인 경우가 많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크다는 얘기다.

대다수 노·노가정은 신체·정신적 장애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만7800 노·노가정 구성원의 활동 제약 상태를 분석한 결과 65%(1만1561가구)에서 육체·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계단 오르기, 들고 운반하기 등 육체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가정 비율은 50.8%를 차지했다. 이어 시각·청각·언어장애가 있는 가정이 11.6%, 치매환자가 있는 가정이 11.2%, 중풍환자 가정비율이 7.1%였다.

특히 가구원이 2명인 노·노가정에서 구성원(자식과 부모) 모두 장애를 지닌 경우는 26.3%나 됐으며 활동장애인이 없는 경우는 33%에 그쳤다. 노·노가정 구성원의 삶이 다른 보통 노인가정보다 훨씬 힘겹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노가정은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들 가정 중 14.07%는 따로 사는 가족의 도움이나 가구원의 근로소득 등으로 생활하고 있으나, 85.93%는 생활비 마련 방법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이는 전체 고령자에 대한 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 전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21.3%가 ‘함께 사는 자녀’, 20.9%가 ‘따로 사는 자녀’에게 생활비를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15.7%가 ‘본인·배우자의 일, 직업’, 5.9%는 ‘국가·지자체 보조’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답했으며 노·노가정처럼 응답하지 않은 경우는 극히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노인인구 증가 속도에 비춰 최근 2∼3년 사이에도 노·노가정이 가파르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5년 437만명에서 2010년 536만명, 2015년 638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노인이 평균적으로 앞으로 몇 해 더 살지 예측할 수 있는 기대여명 역시 1995년 15.42년에서 2000년 16.60년, 2007년 18.72년으로 길어졌다. 1955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도 10년 후부터 노년층에 진입하게 된다. 이들의 여명은 2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노·노 가정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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