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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 폭행… 동반자살까지, 노인에 의한 노인학대 급증

관련이슈 복지사각지대 '老·老가정'

입력 : 2009-02-10 19:04:02 수정 : 2009-02-10 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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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영철(80·가명) 할아버지는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 누워 있었다. 방 안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치매 때문에 용변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탓이다. 종일 식사도 거른 듯했다. 머리맡에는 주전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가 그렇다고 독거노인은 아니다. 할머니(69)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는 수발을 포기한 채 바깥일을 보러 다녔다.

노인학대의 한 유형인 ‘방임’이었다. 서울시노인학대예방센터가 할아버지를 찾아낸 것은 동네 이웃 신고 덕분이었다. 신고자는 “할아버지가 부인에게 매를 맞는 것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노·노가정’ 증가와 비례해 이들 가정 내 ‘노인에 의한 노인 학대’(노·노 학대) 역시 매년 큰 폭으로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노·노가정은 일반 가정에 비해 부양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탓에 노인 학대에도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가족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내놓은 ‘2007년 전국 노인학대상담사업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대행위자(2636명) 중 60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0.5%(538명)를 차지해 2006년 16.2%(407명)보다 비중은 물론 사례도 큰 폭으로 늘었다.

노·노 학대는 2005년 13.9%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노인 진입 세대가 자녀 세대의 부양을 받지 못하면서도 초고령 부모 세대를 부양해야 하다 보니 보다 가중된 신체·경제적 부담에 짓눌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준영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연구원은 “부자간 혹은 배우자간 노·노 학대의 발단은 부양자가 경제적 능력을 상실해 제대로 된 부양을 할 수 없다는 데서 시작된다”며 “이 때문에 ‘학대를 의도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학대가 되고 마는’ 방임과 정서적 학대 등이 노·노 학대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노·노가정의 어려움은 노인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본 역시 노노간호(고령자가 고령자를 간호하는 일)에 따른 ‘간호 피로’가 노인 자살의 중대 원인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치매에 걸린 노모(91)와 함께 살던 김모(61)씨는 병시중에 따른 고통과 생활고를 비관해 노모와 함께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2007년 전남 장흥에서는 74세의 아내를 4년간 병수발해왔던 75세 노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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