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검찰은 22일 노 전 대통령에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돈거래를 포함한 각종 의혹에 대해 답변해 달라는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검찰은 답변서를 받아 검토한 뒤 소환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주 노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이날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의혹 전반에 대한 질의서를 이메일로 문재인 변호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수사관을 통해 질의서 원본을 노 전 대통령 측에 직접 전했다. A4용지 7장 분량의 질의서에는 박씨 계좌에서 나온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횡령한 12억5000만원에 관한 질문 등이 담겼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조사 시간을 단축하고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직접 조사하기 전에 쟁점 사항을 정리해서 서면으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소환 방침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기획관은 소환시기와 관련해 “가급적 주말까지 답변을 받은 뒤 소환 일정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서면질의서 발송이 조사 전 단계 절차일 뿐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전날 구속 수감한 정씨를 불러 박씨가 전달한 600만달러의 성격과 전달 과정에 개입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한 해 11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했고, 지출 내역을 대통령한테 보고해야 하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놓고서도 수사 중이다. 또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씨가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회갑을 앞두고 2억원을 들여 스위스제 명품 시계 2개를 사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정씨가 2005년 1월 박씨한테서 받은 5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200장에 대해 “보관해 오다 지난해 2월 검찰이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혹을 본격 수사하자 압수수색을 할까봐 겁이 나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우승·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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