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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총기난사 부상자가 전한 사고순간

입력 : 2009-11-21 21:37:01 수정 : 2009-11-21 2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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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유명 휴양지인 사이판으로 여행을 떠난 김모(38)씨 가족이 갑작스럽게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큰 소리가 연달아 나는 것을 들은 때는 현지시각으로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사고 당일 새벽 사이판에 도착한 이들 가족이 첫 관광지인 사이판 섬 북쪽의 일본군 최후사령부를 둘러보고 나오던 길이었다.

21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내(37), 아들(8), 딸(5)과 함께 급히 귀국한 김씨는 "처음에는 폭죽 소리이거나 이곳이 전쟁터여서 불발탄이 터진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총을 연발로 쏘는 소리였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당시 김씨 가족은 다른 관광객과 함께 관광을 마치고 최후사령부 입구 도로변에서 코코넛 음료수를 사먹고 있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무더위를 달콤하고 차가운 음료수로 달래고 있던 순간 갑작스럽게 `딱딱딱딱딱'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씨는 "가이드가 도착하면서부터 `사이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기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다른 관광객이 쓰러지고 나서야 급박한 상황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곧바로 옆에 있던 딸을 안고 기둥 뒤로 숨었고, 김씨의 아내도 아들과 함께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몇십 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김씨는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도 겪었다. 딸이 너무 놀라 자신의 품을 떠나 어딘가로 달려간 것.

이때 김씨가 목격한 장면은 길 건너편에서 총기를 난사한 괴한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차량의 창문을 닫고 급히 출발하는 모습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도 오른쪽 엉덩이와 허벅지가 욱신욱신하며 피가 흐르고 있었고, 딸은 달려가면서 왼쪽 볼에 파편을 맞았는지 역시 피투성이였다.

아들도 오른쪽 팔에서 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지만, 다행히 아내는 무사했다.

김씨는 "우리 가족은 그다지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처음 쓰러진 분은 피가 철철 흐르는데 움직이지 않았다"며 "그 사람이나 주변 상황은 신경도 못 쓰고 일단 가이드가 모는 차량을 타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무장 괴한이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오기 전에 한 차례 총기를 난사했으며 그곳에서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는 것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나와 딸은 크게 다치지 않아 조금만 더 치료를 받으면 되겠지만 아들은 팔에 박힌 파편을 빼지 못하고 와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는 "(하늘이) 남편과 아이들을 간호하라고 다치지 않게 해주신 것 같다"며 "관광을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돼 사고를 당했고, 병원에만 있다가 귀국하게 됐지만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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